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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7가지 주되 깨끗하지 못한 꼼수 5가지

등록 2016-09-14 10:32수정 2016-09-14 10:35

빛깔 있는 이야기
보시의 법칙과 김영란법
주고, 주고, 또 주고…. 그렇게 자기 것을 남에게 주고도 행복했던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줄 수 있는 것은 뭐든 다 내주어서 행복한 나무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다 가져가고도 늘 뭔가 모자라서 불행하고 피곤한 소년의 대비는 참으로 강렬하다.

이 이야기를 음미할 때마다 만해 스님의 “님에게 아까운 것 없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布施)를 배웠노라”라는 시구가 떠오른다. 만해 스님이 아낌없이 주고 싶어 하는 대상은 일제 치하에서 빛을 잃은 조국이거나, 영원한 스승인 붓다이리라. 나보다 더 훌륭한 님에게 무엇이든 보시하고픈 뜨거운 구도자의 마음을 만해 스님이 노래했다면 셸 실버스타인은 악착같이 내 것을 챙기려 드는 세속 중생들에게 아낌없이 보시하는 기꺼운 구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시는 산스크리트어로 ‘다나’인데, 뜻은 아주 간단하다. ‘준다’는 말이다. 뭘 준다는 말일까? 재물을 줄 수도 있고, 마음의 양식으로 삼을 만한 지혜를 줄 수도 있고, 나아가 생명체가 본능적으로 품고 있는 두려움을 없애주어 안락함을 줄 수도 있다.

이뿐이랴.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우리에게는 남에게 줄 게 있다. 바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온화한 표정 짓기, 부드러운 말 건네기, 몸을 일으켜 맞이하기, 따뜻한 마음 건네기, 자리 양보하기, 자기 집에서 머물게 하기라는 무재칠시(無財七施)가 그것이다.

그런데 보시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붙는다. 내게 필요 없어진 것을 주기보다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요구할 때에 내 손으로 기꺼이 내주어야 한다. 심지어 보시한 뒤에 후회하거나 아까워하는 마음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 주고 난 뒤에는 잊어버려야 한다. 생색을 내지 말라는 말이다. 그래서 보시는 인색하고 교만한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의 차원으로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청정한 보시만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온갖 번뇌가 바글바글 끓는 마음으로 남에게 뭔가를 보시하는 이들이 많다. 가령, 나보다 못한 이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쏘냐 하는 교만한 마음에서 하는 보시, 경쟁하듯이 보시해서 남들을 이겨야겠다는 질투심에서 하는 보시, 조금 베풀어서 더 큰 이익을 챙기리라는 계산에서 하는 보시, 유명해지겠다는 명예욕에서 하는 보시, 그리고 다른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의도에서 하는 보시다.

교만과 질투, 계산, 명예욕, 자기편 만들기라는 꼼수가 깃들었으니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주는 물건 모두가 깨끗하지 못하다. 이런 보시는 그 결과도 즐겁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 그렇다면 멈춰야 마땅한데, 잇속 챙기고 관행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누가 좀 말려줘요”라고 외치고 싶은 찰나 김영란법이 시행된다고 한다. 반갑긴 한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좀 참담하다.

이미령(불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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