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파욱 선사(왼쪽)와 스리랑카의 구나라타나 선사가 세미나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홍원사 위파사나 세미나
석가모니 깨달음 이른… 남방불교 수행법 위파사나
“선정 없이 겉만 보는 건… 실제로는 보지 못한 것”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옛날 가을걷이를 끝낸 한 선비가 벼를 말리기 위해 마당 가득 펼쳐두고는 방에 들어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참 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마당의 벼를 모두 쓸고 가 버렸다. 하늘에선 뇌성벽력이 울려 퍼졌지만 이 선비는 독서삼매에 빠져만 있었다. 이처럼 삼매는 옛 이야기에서도 일상적으로 전해왔지만 극소수의 수행자들 외엔 그 세계를 알 수 없었다. 삼매 마음이 부동한 경지로 선정으로도 불린다. 과연 삼매에 들면 뇌성벽력이 울려도 알지 못할까. 이에 대해 명쾌히 답해준 장이 지난 30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홍원사에서 펼쳐졌다. 도심의 위파사나 도량으로선 최대 규모로 지어진 홍원사가 낙성식을 기념해 연 세미나에서였다. 위파사나란 몸과 마음, 느낌, 진리 등을 관찰하는 것으로, 석가모니가 깨달음에 이른 수행법이다. 최근 위파사나 수행의 본산인 미얀마의 세계적인 고승 파욱 선사(69)와 스리랑카 출신으로 미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구나라타나 선사(78)가 참여했다. 오전 10시부터 200여명이 대웅전을 가득 메웠다.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과 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 스님 등 40여명의 스님들도 시종일관 자리를 지켰다. 한 청중이 “삼매에 들어있으면 밖에 있는 대상을 인식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파욱 선사는 “붓다 당시 한 비구승이 길가 나무 아래서 선정에 들어있을 때 500개의 소달구지가 한꺼번에 지나가도 몰랐다”며 “선정에 들면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파욱 선사는 수행자들에게 위파사나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사마타(집중) 수행을 시켜 선정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선정 없이 3법인(무상, 무아, 고)을 위파사나(관찰)하는 것이 가능 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선정 없이 보는 것은 겉으로만 보는 것이며, 실제로는 보지 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구나라타나 선사는 “선정이 없다하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매사(몸과 마음과 느낌 등을) 무상, 무아, 고(괴로움)로 볼 때 선업이 되고, 이것이 수행을 앞으로 나가게 한다”고 말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의 수행자들은 법상에서 법문만 하고, 대중들이 있는 곳으로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 한국 간화선 선사들에게서 결코 맛보지 못한 남방 선사들의 허심탄회한 모습에 감탄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선정 없이 겉만 보는 건… 실제로는 보지 못한 것”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옛날 가을걷이를 끝낸 한 선비가 벼를 말리기 위해 마당 가득 펼쳐두고는 방에 들어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참 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마당의 벼를 모두 쓸고 가 버렸다. 하늘에선 뇌성벽력이 울려 퍼졌지만 이 선비는 독서삼매에 빠져만 있었다. 이처럼 삼매는 옛 이야기에서도 일상적으로 전해왔지만 극소수의 수행자들 외엔 그 세계를 알 수 없었다. 삼매 마음이 부동한 경지로 선정으로도 불린다. 과연 삼매에 들면 뇌성벽력이 울려도 알지 못할까. 이에 대해 명쾌히 답해준 장이 지난 30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홍원사에서 펼쳐졌다. 도심의 위파사나 도량으로선 최대 규모로 지어진 홍원사가 낙성식을 기념해 연 세미나에서였다. 위파사나란 몸과 마음, 느낌, 진리 등을 관찰하는 것으로, 석가모니가 깨달음에 이른 수행법이다. 최근 위파사나 수행의 본산인 미얀마의 세계적인 고승 파욱 선사(69)와 스리랑카 출신으로 미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구나라타나 선사(78)가 참여했다. 오전 10시부터 200여명이 대웅전을 가득 메웠다.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과 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 스님 등 40여명의 스님들도 시종일관 자리를 지켰다. 한 청중이 “삼매에 들어있으면 밖에 있는 대상을 인식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파욱 선사는 “붓다 당시 한 비구승이 길가 나무 아래서 선정에 들어있을 때 500개의 소달구지가 한꺼번에 지나가도 몰랐다”며 “선정에 들면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파욱 선사는 수행자들에게 위파사나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사마타(집중) 수행을 시켜 선정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선정 없이 3법인(무상, 무아, 고)을 위파사나(관찰)하는 것이 가능 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선정 없이 보는 것은 겉으로만 보는 것이며, 실제로는 보지 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구나라타나 선사는 “선정이 없다하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매사(몸과 마음과 느낌 등을) 무상, 무아, 고(괴로움)로 볼 때 선업이 되고, 이것이 수행을 앞으로 나가게 한다”고 말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의 수행자들은 법상에서 법문만 하고, 대중들이 있는 곳으로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 한국 간화선 선사들에게서 결코 맛보지 못한 남방 선사들의 허심탄회한 모습에 감탄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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