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으면 그냥 무시했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물 한 모금 안 먹고 살았단다. 오직 호흡을 통해 우주의 에너지만 먹고 살았다는데, 말로만 듣던 ‘호흡식’(呼吸食)이다. 사기꾼일걸, 메일을 닫다가 문득 호기심이 발동. 먹는 데 쓰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면…. 한 끼만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구미가 당겼다. 속는 셈 치고 전화를 했다. 그를 한국에 소개하는 이가 반긴다. “처음입니다. 메일을 받고 전화한 기자는….” 전 세계를 돌며 영성가로 활동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빅토르 트루비아노(
사진). 나이는 40살이다.
지난 4일 북한산 중턱에서 만났다. 헉헉대며 올랐다. 마른 몸매에 지극히 차분한 목소리. 4살부터 며칠씩 음식을 안 먹어도 편했다고 한다.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그는 20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영성가의 길을 걸었다고 했다. 인도나 유럽에선 그가 나타나면 수천명이 몰려든다고 한다. 유튜브에는 그를 인터뷰한 유럽의 텔레비전 영상이 많다. 아무것도 안 먹는다는 말을 믿지 못한 의사들이 그를 검증했는데 기계가 작동을 멈췄다는 얘기도 한다. 그의 뇌는 항시 명상상태에서 나오는 세타파를 유지하고 있고, 신체나이는 점점 어려져 최근 검진에서 신체나이 24살로 나왔다고 한다.
지난 2일 서울 중구구민회관에서 진행된 ‘영혼의 세션’은 300여명이 참가해 4시간 정도 진행됐다. 행사는 단순했다. 빅토르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 딱 한마디만 했다. “바바지의 현존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Babaji presence is always between us.) 바바지는 호흡식을 추종하는 이들이 말하는 만물의 에너지 근원. 그러곤 한 사람씩 무대 위에 올라 그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친다. 빅토르는 환하게 웃는다. 침묵 속에서 우주의 에너지를 나눈다는 의식. 먹지 않기에 배설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그의 내장은? 그의 손을 잡았다. 살짝 찬 기운이 돈다. 선입견 때문일까? 내년에 또 온다고 한다. 그땐 24시간 붙어서 관찰해야지. 정말 안 먹고, 안 싸는지.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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