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국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남 순천 송광사의 불화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조계종은 23일 “조계총림 송광사의 ‘치성광여래도'가 종단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송광사의 노력으로 지난 21일 환수됐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오후 이 사실을 부처님에게 고하는 ‘치성광여래도의 환수고불식’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었다. 치성광여래도는 곧이어 송광사로 옮겨져 봉안될 예정이다.
치성광여래도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달 국외 경매시장에 출품된 한국 문화재를 모니터하다 발견해 환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그림을그린 연원을 밝히는, 화기(畵記) 앞부분의 제작 연도와 봉안 사찰명이 훼손된 상황이지만, 불화의 화풍과 남아있는 화기 내용을 분석해 송광사 산내암자인 청진암에 봉안됐던 불화였음을 확인했다.
치성광여래도는 북극성, 북두칠성 등 별자리를 여래와 성군으로 의인화해 묘사한 불화로, 국내에서는 고려 후기부터 조선 후기까지의 작품이 전해진다. 비단 바탕에 채색한 작품으로 크기(화폭 기준)는 141×102㎝인 이 불화는 중앙에 치성광여래가 있고, 좌우에 해와 달을 상징하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합장을 하고 서 있다. 19세기말 송광사 일대에서 활동했던 수화승 향호묘영이 차화승 용선천희와 같이 조성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조성 시기는 1898년으로 추정된다.
조계종은 치성광여래도가 송광사의 19국사 중 한분인 청진국사가 창건한 청진암에 1857년 치성광여래도를 봉안하는 전각인 성산각을 건립했다는 기록이 있어 이 전각에 환수된 치성광여래도가 봉안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청진암은 1908년 의병과 일본군의 전투과정에서 소실되었다가 1919년 중수되었으며, 1927년 성산각이 철거되고, 1938년에는 송광사의 도성당을 중건하면서 청진암의 재목을 가져다가 사용한 것으로 보아 이때 완전히 폐허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암자에 있던 불상을 도성당으로 이운했다는 도성당중건기(1938)의 기록이 마지막으로 확인돼
치성광여래도는 이 시기 도성당 등으로 옮겨졌다가 한국전쟁 등 혼란기를 거치면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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