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8대 대구대교구장을 지낸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가 14일 노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86.
1935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5년 12월 사제품을 받았다. 이듬해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대구대교구 동촌성당, 청주교구청, 군종교구를 거쳐 대구대교구청에서 근무하다 1972년 대구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돼 주교품을 받았다. 이어 천주교 계산동 주교좌 교회·대구가톨릭병원장을 겸임했고 학교법인 선목학원 이사장을 지냈다. 1985년에 대주교가 되어 1986년 대구대교구장에 착좌했다. 1993∼1996년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맡았고, 1994∼2000년 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 총재를 지냈다. 2007년 3월엔 교구장직을 사임하고 원로 주교가 됐다.
박정희 대통령 선거유세 때 ‘우리가 남이가’라는 최초의 지역감정 발언으로 선거 승리를 도와 국회의장까지 지낸 이효상씨가 그의 부친이다. 고인은 가톨릭내에서 박홍 전 서강대 총장과 함께 대표적인 강경 보수 인사로, 노무현 정부가 사학법 개정을 시도할 때 ‘학교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처로 맞서기도 했다. 지역 교구 중 유일하게 대구대교구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자리 잡지 못한 데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빈소는 주교좌 계산성당이다. 장례미사는 17일 오전 10시 30분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있을 예정이다. 대구대교구 측은 화환이나 조의금은 받지 않기로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