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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군 트라우마 센터 하나 없는 징병국가…정부, 심리치유 전무

등록 2021-09-25 09:24수정 2021-09-25 11:12

[토요판S] 커버스토리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군 인권침해나 사고 피해자, 그 유족의 경우 정신적 충격과 고통이 치유되지 않고 상당 기간 지속되므로 치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회사무처가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 ‘군 복무 중 상해 사망 군인의 가족 지원 방안: 군피해자 치유 지원 센터 설립 필요성을 중심으로’에서 군 트라우마 피해 치유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안한 게 2016년 일이다. 같은 해 국회 국방위원회 김종대 당시 정의당 의원도 국회 토론회에서 “한해 1700명이 다치거나 죽는 군대, 치유지원센터가 필요하다”며 군 트라우마 센터와 비슷한 체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근 군 생활에 관련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군에서 겪은 심리적 피해가 사회적 관심사로 달아오르고 있지만, 군 복무 과정에서 생긴 정신적 상처를 치유할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건 이미 꽤 오래전 일이다. 군 인권침해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 해외 파병 군인 등의 트라우마 피해 회복을 위한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군에서는 한해 평균 수천건의 사망, 의병제대, 기타 안전사고 등이 발생한다. 폭력, 성폭력,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건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독 군과 관련해서는 정부 차원의 심리 치유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군 사건·사고 피해 가족들이 직접 심리치유센터를 꾸리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2016년 서울 서대문구에 문을 연 군 피해치유센터 ‘함께’는 군 피해 장병을 둔 가족들이 심리치료 전문가를 섭외해 자조모임을 운영한다. 2011년 4월,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고열과 호흡 곤란 증세가 왔는데도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 공복순씨가 이곳 대표다. 2017년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경찰 공무원과 함께 군인을 대상으로 한 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와 달리 법무부의 경우, 강력범죄 피해로 트라우마를 겪는 피해자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스마일센터’가 2010년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에 문을 열었다. 여성가족부는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치료 등을 위한 해바라기센터를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해바라기센터는 위기지원형, 아동형, 통합형 등 세가지 형태로 전국 40여곳에서 운영될 만큼 활성화돼 있다.

2018년 국가적 재난이나 대규모 사고로 빚어진 민간인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한 국가트라우마센터가 문을 열었지만 그마저 군 내 사건·사고로 생긴 트라우마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금껏 지원 대상에 세월호 참사(2014년), 포항 지진(2017년), 강원 대형 산불(2019년) 등에 그쳤다. 지난 12일엔 국회에서 ‘국립 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설립법’이 통과됐지만 이마저도 5·18 민주화운동, 독재 정권에 의한 고문 피해 등 법 제정 이전 대규모 국가폭력 피해를 본 이들이 대상이다.

국가보훈처가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등 보훈대상자의 트라우마를 돌보는 ‘심리재활집중센터’를 전국 주요 도시에 설치·운영하는 만큼, 군 트라우마 센터 논의를 진행하는 사이 이를 확대 운영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김종대 전 의원(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방법론의 차이일 뿐 군에서 얻은 트라우마 치유 문제를 국가가 책임감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정부 차원의 치유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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