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일…‘정인이들’ 살 수 있었던, 신고와 죽음 사이의 시간

2013~2020년 ‘학대 신고 뒤 사망’ 아동 20명의 평균 나이는 5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이 2020년 9월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해 천안시장, 경찰서장 등을 직무유기와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e-mail]

정인이처럼 사망 이전에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신고가 있었는데도 숨진 아이들(2013~2020년) 20명의 평균 나이를 셈해봤다. 숨질 당시 평균 나이는 만 5살(4.95살)이다. 각자 적게는 1차례, 많게는 6차례까지 학대 의심 신고가 됐다. 첫 신고 당시 나이는 평균 만 3살(3.35살)이었다. 만 5살 이전에 첫 신고가 된 아이가 20명 중 17명(85%)이다. 평균 신고 횟수는 1.7차례, 어림잡아 2차례나 구할 기회를 놓쳤다. 이 중 신고자가 드러난 피해 아동은 16명이었는데, 신고자 중엔 보육·교육시설 종사자(5명)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의사(4명), 이웃 등 목격자(4명), 초등학교 교사(2명) 순이었다.

마지막 신고로부터 죽음까지는 평균 493일이었다. ‘살릴 수 있던’ 날이 500일가량 있었던 셈이다. 1차례 이상 신고됐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조사했는데도 원가정보호 조치로 끝난 아이가 20명 중 12명(60%)이다. 1차례라도 가해자로부터 분리가 됐던 아이는 8명인데, 다시 가정으로 복귀한 뒤 평균 336일 만에 죽음을 맞았다. 20명 중 18명이 부모에게 학대당했는데 그중 계부·계모가 포함된 경우가 11명이다. 나머지 2명은 입양 부모에 의한 학대였다.

20명 중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찾아낸 12명의 ‘사례 개요’에는 상담이나 치료 등을 끝냈다는 의미의 ‘사례 종결’이라는 단어가 7번 등장한다. 이들 대부분은 석달 이내에 상담·치료를 완료한 경우였다. 그만큼 신고 뒤 사후관리가 허술했다는 의미이다. 가해자가 선고받은 형량은 징역 2년부터 무기징역까지 다양했다.

임지선 기자 [e-mail]

▶관련기사 : [한겨레21] 아동학대 신고와 죽음 사이에 평균 493일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13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