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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변희수, 당신이 남긴 용기 더 많은 마음으로 채울게요”

등록 2022-02-27 19:21수정 2022-02-27 19:52

고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문화제 현장
추모 시민들 발길·헌화 이어져

“우리의 삶·존재 후순위로 밀릴 수 없어”
공대위 “국방부·육군, 사과 한마디 없어”
고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시민들이 변하사를 추모하는 문구를 붙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고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시민들이 변하사를 추모하는 문구를 붙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활짝 웃고 있는 고 변희수 하사의 사진 앞 흰색, 분홍색, 하늘색의 안개꽃이 수북하게 쌓였다. 트랜스젠더 인권과 자긍심을 나타내는 ‘트랜스플래그(깃발)’ 색이다. 그 옆에는 난해 12월 타이 방콕에서 교민에게 발견돼 유가족 품으로 돌아온 변 하사의 군복도 놓였다. “그대가 남기고 간 용기와 사랑을 더 많은 마음으로 채워가겠습니다” “기갑의 전투력으로 차별을 없애겠다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하나둘 모인 시민들은 헌화와 함께 추모의 마음을 메모지에 눌러 담았다.

변희수 하사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되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주최로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추모공간이 열린 오후 2시부터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변 하사의 사진 앞 추모 공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헌화한 꽃으로 채워졌다.

시민들은 변 하사가 세상을 떠난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했다. 성소수자 ㄱ(22)씨는 “변 하사가 세상을 떠난 날 성소수자 지인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서로를 다독였던 기억이 있다. 서로 ‘우리 꼭 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변 하사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한 사회적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정은애(59)씨는 “변 하사님의 용기와 단단함을 보면서 큰 희망을 얻었다. 그런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제 아들을 비롯한 수많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 걱정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고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정은애(59)씨가 변 하사의 영정에 헌화하면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고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정은애(59)씨가 변 하사의 영정에 헌화하면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굼뜬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스로 성소수자라고 밝힌 최장원(31)씨는 “‘사회적 합의가 안 됐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이 계속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 우리의 존재는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치권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대선주자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뿐이었다. 심 후보는 “변 하사님 1주기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는 소식을 들고 왔어야 했는데 송구스럽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마지막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변 하사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국방부와 육군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대위는 “위법하게 군인의 지위를 박탈한 국방부와 육군은 여전히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 한마디 전하지 않았다. 도리어 순직처리를 하지 않으려고 경찰 수사 결과로 확정된 사망 시점(경찰은 변 하사 사망 시점을 지난해 2월27일 오후 5시~9시라고 판단했다)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 쪽은 변 하사가 법적으로 의무복무를 마쳤다면 만기전역하는 날이 지난해 2월28일이었기에 변 하사가 군인 신분으로 사망했고, 국방부·육군이 순직처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대위는 “순직처리는 변 하사의 죽음에 국방부와 육군이 위법 처분의 책임을 인정하고, 군이 자행해온 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사과하게끔 하는 실질적 조치로서의 의미가 크다. 우리의 투쟁은 전역처분 취소소송 승소를 넘어 변 하사에 대한 합당한 예우와 국방부와 육군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는 데에 이르기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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