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년 연장 혹은 폐지 및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계획인 가운데, 20∼60대 10명 중 8명은 국민연금 만으론 노후 대비가 부족하고 더 일할 수 있도록 60살까지인 정년을 늘리는 데 동의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또 10명 중 6명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보건복지 대응’ 보고서(2021년 12월 발행)를 보면, ‘인구구조 변화와 보건복지 정책에 대한 대국민 조사’ 결과에서 지금보다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데 83.4%가 동의했다. ‘다소 동의한다’가 46.1%, ‘매우 동의한다’가 37.4%였다.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14.8%,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1.8%에 그쳤다. 조사는 만 20살∼69살 6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8∼25일 온라인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1.27%포인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령대·성별·결혼 여부·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고르게 정년 연장 찬성률이 80%를 웃돌았다. 다만 연령대 중엔 40대가 86.3%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84.1% 뒤를 이었다. 50대와 60대는 각각 82.4%와 82.8%였고, 20대는 81.2%였다. 또 여성(85.3%)이 남성(81.6%)보다 높았고, 배우자가 있을 때(84.6%)가 없을 때(81.7%)보다, 자녀가 있을 때(84.0%)가 없을 때(82.7%)보다 더 높았다.
연구진은 “연금 관련 정책에 대해 모든 문항에서 동의 정도가 80% 이상”이라며 “정부가 국민연금을 지원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고, 그에 따라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거나 국민연금 외에 다층적으로 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등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노후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국민연금을 지원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문항에는 89.7%(매우 동의 32.1%+다소 동의 57.7%)가 동의했다.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은 20대(38.3%)·30대(36.6%) 등으로 나타나, 젊은층일수록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걱정이 컸다. 89.9%(매우 동의 38.2%+다소 동의 51.7%)는 ‘국민연금 외에도 개인적으로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국민연금이 소득 활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가입률이 낮고 수입이 적은 여성(91.3%)이 남성(88.5%)보다 다층적 소득보장제도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동의 정도가 높았다.
적절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낼 용의가 있다는 문항에는 61.3%(매우 동의 10.5%+다소 동의 50.9%)가 동의했다. 이는 사회보장 재정 가운데 더 많은 보건복지 혜택을 전제로 한 추가 세금 부담(56.0%)이나 건강보험료 인상(41.2%)보다 높은 수치다.
공무원·교직원도 일반 국민과 공평하게 국가로부터 연금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문항에는 81.1%(매우 동의 41.1%+다소 동의 40.0%)가 동의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