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과 참여연대 관계자 등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생계·자활급여 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기준중위소득 인상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 수준을 결정짓는 2023년 ‘기준 중위소득’ 심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기준 중위소득 산출 근거인 기본증가율을 올해 수준보다도 낮춰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기재부 안이 관철될 경우,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극빈층 고통을 더는 데 한계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준 중위소득이란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 가구 소득의 중간값으로 생계·의료·주거급여를 포함한 76개 복지사업(2022년 기준) 수급자 선정 등에 활용된다. 기준 중위소득이 올라가면 생계급여 수급 가구가 늘어나고 지원금 역시 증가한다. 2022년 기준 생계급여를 받는 1인 가구는 월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30%(월 58만3444원)보다 적고, 매달 53만3444원에서 월 소득인정액을 차감한 액수를 지원받는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는 19일 중생보위 생계·자활급여소위원회에서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 기본증가율을 ‘2.32%’로 제안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전년도 값에 기본증가율과 추가증가율(2021년도부터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활용으로 기존 기준 중위소득과의 격차 해소용)을 곱해 산출한다. 기본증가율은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조사) 중위소득 최신 3년치 증가율 평균을 원칙으로 한다. 이러한 계산을 따른 2023년 기본증가율은 ‘3.57%’이다. 다만, 경기 변동 등으로 과다·과소 추계 우려가 있을 경우 의결을 통해 보정이 가능하다. 앞서, 중생보위는 2021년도와 2022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정할 때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경기 변동, 경기 불확실성을 사유로 가금복조사 3년치 평균 증가율인 4.62%와 4.32%가 아닌 1.0%와 3.02%를 기본증가율로 활용했다.
기재부가 전년도 수준(3.02%)보다 더 낮은 기본증가율을 내놓은 사유로 경제성장률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거론했다고 한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4.1%) 65% 수준인 2.5~2.8%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가금복조사를 근거로 한 기본증가율 3.57%의 65% 수준으로 기본증가율을 내리자는 것이다. 또 기본증가율을 3.57%로 하면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6.84%)이 역대 최고가 돼 최저임금 인상률(5.0%)까지 고려하면 과도하다는 우려도 했다. 그러나 2021년 말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가구주 37.6%는 만 65살 이상 노인으로 최저임금과 거리가 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기준 중위소득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 올랐고,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예측했다. 기재부 안대로 기준 중위소득이 정해지면 내년 4인 가구 생계급여 기준은 160만734원으로 올해 153만6324원에서 6만4410원 오르며, 증가율은 약 4.19%에 그친다. 지난해 기재부는 중생보위 논의 과정에서 부양의무자 기준(기초생활보장 신청 가구의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부모와 자녀의 소득·재산 수준도 함께 고려하는 것) 완화로 1조원 넘는 추가 예산이 소요된다며 기본증가율을 1.4%로 제안했는데, 이는 2021년 6월 당시 정부의 2022년 소비자물가 증가율 전망치이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성장률이 회복된 지난해엔 물가상승률을 들고 와 (기본증가율을) 낮춰야 한다더니, 물가가 문제인 올해는 물가 얘기를 전혀 안 하고 기본증가율 수준을 낮추자고 한다”며 “저소득층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물가 상황을 반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29일 오전 10시 제68차 중생보위 회의를 열어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과 급여별 선정 기준 등을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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