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동학대로 확인된 사례가 21.7% 급증하고, 학대로 숨진 어린이가 4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보건복지부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접수는 5만3932건으로 2020년 4만2251건보다 27.6% 증가했다. 조사를 거쳐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전년 3만905건 대비 21.7% 늘어난 3만7605건이었다. 최근 5년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는 2017년 2만2367건에서 매년 증가 추세로, 지난해 증가폭은 2019년 22.1% 다음으로 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아동학대 사례가 급증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된 영향이 크고, 코로나19 첫해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발견되지 못했던 학대 사례가 지난해 드러난 경우도 많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장은 “2020년 10월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정인이 사건’) 이후 인식 개선이 있었고, 사회적으로 학대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신체적 상해 외에 정서적 학대나 방임 등으로 넓어졌다”며 “다만, 2020년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어 학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2021년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학교 등 외부에서 위기징후를 발견하는 사례가 2020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2021년 증가율에는 2020년 신고 접수와 판단 건수 증가율이 각각 2.1%와 2.9%로 전년보다 낮았던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교직원 신고 건수는 2019년 5901건에서 코로나19로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이 장기간 문을 닫았던 2020년 3805건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6065건으로 늘었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 사례 중 지난해 다시 발생한 재학대도 5517건으로 전년(3671건)보다 1846건 늘었다. 증가폭은 14.7%로 10∼11%였던 2018∼2020년보다 컸다. 복지부는 이전 아동학대 신고 이력이 있으면 더 엄격히 조사하고 학대 가정 대상 사례관리·관찰을 강화하면서 재학대를 발견하고 신고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언론을 통해 확인한 지난해 아동학대 사망 사례는 40명이다. ‘자녀 살해 후 자살’ 피해 아동은 14명이다. 2018년 7명, 2019년 9명, 2020년 12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사망 피해 아동의 37.5%인 15명이 만 1살 이하(24개월 미만)였고, 3살 7명, 2살 4명 등이었다. 이밖에 아동 살해 19명(치명적 신체학대 15명, 신생아 살해 3명, 10대 청소년 살해 1명), 극단적 방임에 의한 사망 6명(감독 소홀 3명, 기본 욕구 박탈 2명, 의료적 방임 1명), 기타 1명이다.
아동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3만1486건으로 전체 83.7%를 차지했다.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도 2020년 2만5380건보다 6106건이나 늘었고, 비중도 82.1%에서 상승했다. 지난해 1월 민법상 징계권 폐지에도 불구하고 가정 내에서 훈육 명목으로 체벌이나 폭언 등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아동학대 사례 중 84.6%인 3만1804건은 주 양육자가 아동을 보호하는 원가정보호 조처됐다. 재학대가 우려돼 보호조치 결정 전까지 피해 아동을 긴급 보호하는 즉각분리 조처된 아동은 지난해 3월30일 제도 시행 이후 1250건이었다.
김혜래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2020년부터 아동학대 예방·인식개선 사업, 조사 공공화, 학대 피해 아동 보호·회복 지원 등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며 “현장 인력의 전문성 제고, 긍정 양육 문화 확산 등 대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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