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2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가 거주하던 월세방 문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이정하 <한겨레> 기자
정부가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수집 정보를 현재 34종에서 44종으로 확대한다. 위기징후가 있는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관련 기관으로부터 연락처와 상세 주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긴급구조가 필요할 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경찰·소방 협조를 얻어 강제로 문을 열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병과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같이 등록 주소와 실제 주거지가 다르고 채무 등 여러 사정으로 세상과 단절된 ‘위기가구 발굴’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정작 이러한 가구를 들여다보고 지원할 인력 충원 대책은 빠졌다.
24일 보건복지부는 촘촘한 위기가구 발굴을 강조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위기가구를 찾기 위해 수집하는 정보를 내년 하반기 44종으로 늘린다. 지난 8월 복지부는 수집 정보를 단전, 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 34종에서 중증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료 경감 여부, 주민등록 세대원 등 39종(11월 28일 시행)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재난적 의료비 수급, 채무조정 중지, 최근 1년 이내 고용보험 가입 여부 정보 등도 함께 보겠다는 의미다. 정보수집 주기도 현재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또 이러한 정보 취합으로 위기 징후가 감지됐으나 사회보장 급여 신청 이력이 없는 경우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엔 상세 주소나 전화번호가 없어 행정안전부나 통신사 등으로부터 연락처를 넘겨받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한다.
그러나 위기가 감지된 이들의 정보를 넘겨받아 조사를 담당하는 지자체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충원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정보가 너무 많아 지자체에선 일일이 조사가 어렵다는 호소도 나온 바 있다. 최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읍·면·동 찾아가는 복지공무원 1명당 해마다 진행한 위기가구 조사는 2018년 45.2건에서 2021년 113.4건으로 급증했다. 전병왕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달 말 수집 정보가 다섯 가지 더 늘어 위기(징후) 인원이 445만명으로 이전보다 25만명 늘었지만, (선별을 거쳐) 지자체에 보낸 명단은 14만명으로 늘지 않았다”며 “올해 말까지 실태조사를 해 내년 상반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위기가구 발굴 정확도를 높인다 해도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많다고 지적한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한달에 10만여명씩 (위기가구 명단을) 지자체에 보내도 현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인력이나 지원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에선 형식적 대책에 그치기 쉽다”며 “엄격한 (복지급여) 지원 기준에 맞지 않으면 탈락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자체 공무원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경우 위기가구에 대한 맞춤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재량을 줘야 한다”고 짚었다. 개인정보 수집 확대나 강제 개문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되레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위기가구가) 누군지도 모른 채 정부가 준 정보만 가지고 지자체 공무원이 찾아가는 방식으로는 관계 형성이 어렵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지역사회 주민과 지자체 간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방식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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