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염전노예 인신매매사건 형사 고소 및 경찰청 수사촉구 기자회견’이 열려 피해자 박영근씨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염전주에 대한 형사고소 및 경찰청에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가 적법한 보상 없이 폭행이나 협박 등에 의해 노동착취를 당하거나 성매매·성착취를 강요하는 것을 ‘인신매매’에 포함키로 했다. 인신매매 개념을 단순히 ‘사람 매매’에 한정해 범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라 개념을 넓힌 것으로, 정부는 성매매와 성착취, 노동착취, 장기 적출 같은 인신매매 피해자를 조기에 발굴하기 위해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했다.
정부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제1차 인신매매등방지정책조정협의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제1차 인신매매 등 방지 종합계획’(2023∼2027년)을 확정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적용될 이번 종합계획은 올해 1월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인신매매 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여성가족부가 처음 수립했다.
인신매매 방지법은 성매매와 성착취, 노동 착취, 장기 적출 등을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 감금, 유인 등의 수단을 써서 사람을 모집, 운송, 인계하는 행위 등을 ‘인신매매 등’(이하 인신매매)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동안 형법에서 인신매매를 ‘사람 매매’로 협소하게 판단해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4년 전남 신안군에서 발생한 일명 ‘염전노예 사건’에서도 가해자는 인신매매가 아닌 임금체불로 처벌받았다.
정부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개발된 ‘피해자 식별지표’를 사용한다. 이 식별지표는 인신매매의 ‘행위’(모집·운송·은닉 등 등)와 ‘수단’(위력·위계 등), 피해자가 어떤 ‘목적’(성매매·성착취·노동착취 등)으로 착취당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점검표다. 이를테면 기존에 살던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소지로 이동(행위)하여 폭행과 협박에 의해(수단)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실(착취 목적)이 확인되면 인신매매 방지법에 따라 인신매매 피해자로 보호·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여가부는 검사와 경찰,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 근로감독관, 선원 근로감독관 등에게 현장에서 이 식별지표를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관계부처는 이 식별지표를 활용한 실적을 매년 1월31일까지 여가부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또 인신매매 신고 접수 및 예방 활동 등을 하는 중앙 피해자 권익보호기관에 상담 전화(1600-8248) 창구를 개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피해 상담과 긴급 상황 발생 시 수사기관 연계 등의 지원을 제공한다. 피해자가 통역이 필요한 외국인일 경우에는 다누리콜센터(1577-1366), 외국인종합안내센터(1345)가 협력해서 지원한다. 또 피해자 지원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현재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설치된 중앙 피해자 권익보호기관 외에도, 각 시·도 단위에 지역 피해자 권익보호기관을 단계적으로 설치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이외에도 인신매매 범죄 수사 협력체계 구축, 인신매매 방지 교육 실시, 인신매매 범죄 관련 법령 정비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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