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이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는 기대를 하기 어렵습니다. 지금부터는 장관님의 시간입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건넨 이 말은 ‘국민연금 개혁’ 추진의 현주소를 요약한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은 국회와 복지부가 역할을 나눠 맡는 투트랙 구조로 진행됐다. 복지부가 국민연금법에 따라 장기 재정전망을 계산해 개혁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만들고 연금특위는 민간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의 조정 방안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제1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회의를 열며 연금개혁 논의를 시작했다. 같은 달 연금특위도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민간자문위를 출범시켜 연금개혁에 속도가 붙는 것처럼 보였다. 민간자문위가 2023년 1월 말까지 복수의 개혁안 초안을 연금특위에 내면, 특위는 여론 수렴을 거쳐 같은 해 4월 말까지 구체안을 도출할 계획이었다. 복지부는 이를 받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10월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민간자문위가 애초 계획한 일정대로 개혁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논의 과정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민간자문위에서는 △재정안정을 위해 현재 월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15%로 올리자는 주장과 △보험료율을 올리되 2023년 42.5%에서 2028년까지 40%까지 단계적으로 내리기로 했던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자는 입장이 부딪쳤다. 논의 막판엔 ‘보험료율 15%에 소득대체율 45%’ 등의 절충안도 제시됐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29일 민간자문위가 연금특위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는 합의안이 빠진 채 그간의 논의 경과만 담겼다.
연금특위와 민간자문위 활동 기간은 이달 말까지다. 활동 기간을 늘리려면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정치권이 연장에 나설지는 불분명하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보험료율 인상처럼 ‘인기 없는’ 개혁을 추진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노동과 함께 ‘3대 개혁’으로 띄워온 연금개혁을 급하게 다루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연금특위 전체회의 때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정부·여당의 연금개혁 의지가 없다고 읽힌다”(김성주 민주당 의원)며 특위 공전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지금부터는 장관님 책임이다. 도리가 없다”(김민석 의원)며 정부를 압박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연금특위 기간을 연장하자”고 했지만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달 말 연금특위가 빈손으로 종료되면 연금개혁 논의는 복지부만의 짐이 된다.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도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할 고차방정식을, 복지부가 풀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개혁 필요성을 설득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작업도 복지부 몫이다. 더구나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이 역대 최저인 -8.22%로 곤두박질치면서, 기금 수익률 제고 방안을 찾으라는 ‘윗선’의 불호령까지 떨어졌다는 후문이다. 복지부는 올해 10월까지 이 모든 숙제를 풀 수 있을까? 결과가 좋지 않다면 무거운 짐을 정부에만 떠민 국회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천호성 인구복지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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