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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시장화로 질 떨어졌는데…시장에 더 맡기겠다는 ‘윤석열표 돌봄’

등록 2023-06-01 17:35수정 2023-06-01 20:52

정부 ‘사회서비스 고도화’ 밑그림 공개
서울 한 요양원에서 노인들이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 한 요양원에서 노인들이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석열 정부는 돌봄 질을 높이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 누구나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여가 지난 5월31일 사회보장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했고, 이 자리에서 사회서비스 고도화 밑그림도 공개됐다. 민간 사업자 간 경쟁과 규모화로 품질을 높이고, 중산층도 본인부담금을 내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뼈대다. 그러나 영세한 민간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고, 돌봄 노동이 저임금·저숙련 일자리로 고착화되는 등 품질 저하가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처방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화로 인해 발생한 사회서비스 질 저하 문제를 또다시 시장화로만 풀겠다는 계획 아니냐는 우려다. 한국의 노인·아동 복지, 보육, 노인장기요양 등 사회서비스 공급 기관 80%가량이 개인 사업자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정부는 사회서비스 양을 늘리고 품질을 높여 산업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복지-고용-성장 선순환’ 고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1년 기준 33%인 전 국민 사회서비스 이용률을 2027년까지 40%까지 높여 일자리 60만개를 새로 만들어내겠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사회서비스 이용자를 늘리기로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으로 저소득층에 제공하던 노인맞춤돌봄서비스(안부확인·활동 및 가사지원 등) 등을 중산층에게도 이용료를 받고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도입을 추진 중인 국민 긴급돌봄 서비스, 가족돌봄청년 및 중장년 지원 서비스에도 소득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용자가 늘면 전반적인 돌봄 품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용자가 증가하면 사업자 수입도 늘어나므로, 중산층 이상 이용자 눈높이에 맞는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이 발생할 거란 이야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서비스 질을 고도화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데, 정부 재정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사용자들이 자부담하면 재정만 (투입) 하는 것보다 돈이 많아져 고품질 서비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민간 사업자의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론 사업자 간 경쟁과 퇴출, 지역별 진입 제한을 푸는 등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정부는 서비스 질을 올려 확보한 재원으로 취약층도 같은 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 사회서비스 확대 과정에서 취약층이 소외될 우려도 나온다. 같은 비용을 받더라도 사업자 입장에선 취약층보다 여러모로 환경이 나은 중산층에 서비스 제공을 선호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영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민간 사업자가) 환경이 열악한 저소득층보다 중산층 가정 아이 돌봄을 선호하거나, 거리가 먼 노인 가구에 재가서비스를 안 가려고 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최소한의 공적 자원을 확보해 취약층이 차별받지 않도록 공공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 질을 올리기 위해선 인력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도 빠져있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사회서비스 품질 향상은 숙련된 인력이 안정적으로 제공할 때 가능하다”며 “돌봄 노동이 불안정, 저임금, 여성 편중 일자리로 굳어져 이에 대한 개선이 사회서비스 고도화 전략의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도 “노동자 처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양질의 사회서비스 제공은 어렵다”며 “(정부 전략대로라면) 사회서비스 영역은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시장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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