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지난 2021년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서 아동학대 진상조사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대 피해아동에게 쓴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읽자 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우리 사회가 그동안 존재조차 몰랐던 영유아 2123명(2015~2022년생) 가운데 12%가량은 이미 숨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정부는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아동 발굴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지와 실제 거주지 일치 여부를 살피는 ‘2023년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17일부터 시작하면서, 오는 10월31일까지 출생미등록 아동 신고를 함께 받기로 했다. 아동복지시설을 중심으로 출생등록되지 않은 아동이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미등록 아동에 대한 익명·자진 신고를 독려하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주민등록번호 없이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로 아동수당 등을 받는 아동에 대해 관리번호 발급 사유를 확인하면서 소재 파악을 하기로 했다.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란 주민등록번호로 아동수당·보육료 등을 신청하기 어려울 때 임시로 발급하는 13자리 번호다. 한부모 등 임신·출산·양육 지원 강화 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준비 중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보호출산제 도입 근거법이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익명 출산을 가능케 하는 보호출산제는 ‘병원 밖 출산’ 같은 위기에 처한 여성과 아동을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아동이 친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하고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보호출산제 도입에 앞서 한부모 가정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피임, 임신중지 등에 대해서도 여성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편, 18일 살인죄나 유기죄보다 형이 낮은 영아 살해죄, 영아 유기죄 규정을 삭제한 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영아를 살해·유기한 범죄에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과 같은 살인·유기죄를 적용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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