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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앰네스티가 말하는 ‘사형제 왜 없애야 하나’

등록 2006-03-24 07:05수정 2006-03-27 16:17

살인 처벌하면서 국가가 살인 ‘모순’
세계적인 인권 단체로, 올해 우리나라를 사형제 폐지 집중 캠페인 대상국으로 정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사형제를 폐지해야 하는 핵심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살인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자는 죽어야 마땅하지 않나?

=국가가 살인행위를 비난하고 처벌하면서, 스스로는 살인행위를 한다는 건 모순이다. 또, 누구는 사형당해야 하고 누구는 사형을 면해야 한다는 판단을 공정하고 일관되고 한치 오류없이 해낼 사법제도란 존재하지 않는다.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지 못하거나 더 엄한 판·검사를 만나 사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무장한 범죄자의 체포나 전쟁시에 경찰·군인 등 공권력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보호할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하기도 한다. 사형도 같은 차원의 공권력 행사가 아닌가?

=전자의 행위는 물론 정당하다. 그러나 이는 즉각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달리 사형제는 이미 갇힌 수형자에 대한, 사전에 계획된 살인일 뿐이다.

-사형제는 범죄와의 전쟁에서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인데.

=과학적 연구 결과 사형이 무기징역 등 다른 형벌보다 범죄 억지력이 더 크다는 확실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살인 범죄는 대부분 그 결과를 이성적으로 따져본 뒤 실행되기보다는, 순간적 감정이나 마약·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질러진다. 또 연쇄살인범의 경우는 꼬리를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사형의 위험을 무릅쓰고 범행을 계속한다. 결국 범죄 억지력을 높이려면, 과학적 수사로 검거율과 유죄선고율을 높여 ‘범인은 반드시 붙잡힌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흉악범이 범행을 되풀이할 수 있으므로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하지 않나?


=그가 범행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확증은 없다. 또 범죄자를 교화시키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교정의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만에 하나 무고한 사람이 사형당할 경우 징역형과 달리 어떤 형태의 보상도 불가능해진다.

-국민 대다수가 사형제 유지를 원하는데도 국가가 이를 폐지할 수 있는 건가?

=사형제 찬성 여론은 정확한 정보가 결여된 상태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대부분 여론조사는 범죄발생 현황이나 그 원인, 방지책 등 복잡한 고려사항을 따지지 않고 단지 사형제 찬반 의견만 묻곤 한다. 인권이나 형사정책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정부가 도덕적 리더십을 갖고 여론을 이끌어야 한다. 여론 때문에 사형제를 폐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 다수가 원하면 고문이나 노예제 등도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폐지 국가들도 대부분 국민 다수의 반대 속에서 사형제를 폐지했지만, 막상 폐지된 뒤 국민의 저항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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