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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사형수 처형, 내 상처 치유에도 도움 안돼”

등록 2006-03-28 08:41수정 2006-03-28 09:49

딸 잃고 사형폐지 운동가 된 버드 웰치
딸 잃고 사형폐지 운동가 된 버드 웰치
미 연방청사 테러로 딸 잃고 사형폐지 운동가 된 버드 웰치
 버드 웰치(사진)는 지난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폭파 테러사건으로 23살의 꽃같은 딸 줄리-매리 웰치(사진)를 잃었다. 그러나 그는 폭파범 티머시 맥베이(2001년 6월11일 사형 집행)를 용서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미국에서 가장 열렬한 사형폐지 운동가의 한 사람이 돼 전국을 돌며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봄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의 한 강연장에서 만난 웰치는 가장 먼저 “내 딸이 내 생각을 돌려놓았다”고 말했다. 어린 딸과 함께 라디오를 듣고 있던 어느날, 텍사스주에서 이뤄진 사형집행에 관한 뉴스가 나오자 딸이 말했다. “아빠,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메스꺼워져요. 텍사스 사람들이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미워하는 법만 가르치잖아요. 살인범이 잘못하기는 했지만, 정부도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어요.” 웰치는 사건 뒤 이 말을 기억해내고 “딸도 내가 맥베이를 용서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미숙아로 태어나 10%의 생존 확률을 뚫고 자라난 딸은 대학을 나온 뒤 오클라호마시티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던 중 폭파 사건으로 다른 167명과 함께 건물 더미에 묻혔다. 처음엔 웰치도 남과 다를 바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다면 그를 맨 손으로라도 죽였을 것”이라고 했다. 하루 한갑 반을 피우던 담배가 세갑으로 늘었고, 매일 밤 술을 마셔야 했다.

“내가 느낀 복수의 감정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맥베이를 처형하는 게 내 자신의 치유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를 죽여도 내 딸이 살아 돌아올 수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웰치는 멕베이의 아버지를 찾아가 화해의 만남을 갖기도 했다. 맥베이의 사형 집행을 앞두고는 미국민에게 “1800년대 이래 노예제를 폐지하고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고 인권을 옹호하는 각종 법을 만들어 사회적 변화를 이뤄왔듯, 이제 사형제도 폐지해야 한다”며 집행 반대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미국에는 웰치처럼 가해자를 용서한 유족들의 모임인 ‘화해를 위한 살인 피해자 유족회’라는 단체가 있다. 이들은 가해자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샨티 펴냄)가 최근 나왔고, 일본에서 출판된 <치유와 화해로의 여행>(이와나미서점 펴냄)도 곧 번역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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