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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고립·은둔청년 75% ‘자살 생각해봤다’…80%는 ‘상황 탈출’ 원해

등록 2023-12-13 17:23수정 2023-12-13 19:38

정부, 전담기관 만들어 일상복귀 지원 시범사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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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친구 등 사회관계가 끊긴 채 지내는 고립·은둔 청년 4명 중 3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80% 이상은 고립·은둔 상태를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고립·은둔 청년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를 마련하고, 전국 4곳에 전담 기관을 설립해 이들의 일상 복귀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지난 7~8월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19~39살을 대상으로 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고립·은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첫 조사로, 온라인 설문에 스스로 참여한 2만1360명 가운데 고립·은둔 위험에 처한 1만2105명을 추린 뒤 심층 조사(8874명 응답)한 결과다. 사회적 관계 양과 질을 100점(높을수록 열악) 척도로 환산해 44점을 초과한 경우 고립 상황으로 분류했다. 방이나 집을 나가지 않는다거나, 타인과 실질적 교류 없이 편의점만 오가는 등 외출 상황에 따라 은둔 여부를 판단했다. 지난 3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청년 삶 실태조사’에선 위급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적 지지 체계가 부재한 고립, 사회 활동을 하지 않고 제한된 공간에만 있는 은둔 징후가 있는 청년이 약 54만명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심층 조사를 완료한 8874명 가운데 여성은 72.3%로 남성의 약 2.6배였으며 대학 졸업자가 75.4%에 달했다. 고립·은둔 생활 기간은 1~3년 미만(26.3%)인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5년 이상인 이들(5~10년 12.7%, 10년 이상 6.1%)도 18.8%에 달했다. 온라인 설문 응답자 28.7%는 지난 2주 동안 친구나 가까운 지인과 교류가 없었다. 전체 청년 인구가 같은 답변을 한 비율 0.9%(청년 삶 실태조사)보다 30배나 많은 숫자다. 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동영상 시청(23.2%)이나 온라인 활동(15.6%)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고립·은둔은 대체로 20대(60.5%) 청년기에 시작됐는데 취업 등 직업 관련 어려움(24.1%), 대인관계(23.5%) 문제로 인한 경우가 다수였다. 취업 실패를 겪은 뒤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지지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자책하며 교류를 끊는 경우가 많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ㄱ 씨는 설문에서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남 까지 힘들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계속 (인간관계 등을) 회피했다. 내가 (주변을 힘들게 하는) 가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10대 때 고립·은둔 계기는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8.4%), 폭력·괴롭힘 경험(15.4%) 문제였다.

고립·은둔 청년 2명 가운데 1명꼴로 신체건강(45.1%)이나 정신건강(63.7%)이 좋지 않았다. 특히 75.4%는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었고 그중 26.7%는 실제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청년 인구 중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비율(2.3%)에 견줘 훨씬 큰 숫자다. 특히 고립·은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 청년이 주관적으로 평가한 삶의 만족도 역시 3.7점으로 청년 평균(6.7점)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이들 다수(80.8%)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이들 중 67.2%는 일·공부를 시작하거나 병원 치료, 심리상담 등을 받으며 상황을 바꿔보려 한 적이 있었다. 필요한 도움(중복응답)으로 경제적 지원(88.7%), 취업 및 일 경험(82.2%), 혼자 할 수 있는 활동 지원(81.7%) 등을 들었다.

이에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청년 스스로 고립·은둔 위기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온라인 자가진단시스템과 비대면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온라인 지원창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가족·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위기 징후가 있는 청년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상담센터(전화번호 129) 서비스를 개편한다. 또 4개 광역시·도를 선정해 고립·은둔 청년 사회관계 회복을 지원하는 ‘청년미래센터’(가칭) 운영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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