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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담요와 수프만으론 그들의 삶 바꿀수없어”

등록 2006-04-19 20:01

19일 서울역 철도화물사업소 앞에 노숙인 편의시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시냇가’를 연 김수철 목사(오른쪽). 김 목사는 “노숙인들을 돕기에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박성용(왼쪽)·유정옥(가운데)씨 등 2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19일 서울역 철도화물사업소 앞에 노숙인 편의시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시냇가’를 연 김수철 목사(오른쪽). 김 목사는 “노숙인들을 돕기에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박성용(왼쪽)·유정옥(가운데)씨 등 2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역앞에 ‘노숙인 편의시설’ 문 연 김수철 목사
“담요와 수프만으로 그들을 도울 수는 없어요.”

김수철(51) 목사는 노숙인들의 ‘아침’을 깨우고 싶다고 대뜸 말했다. 그들은 점심·저녁을 서울역과 남대문 지하도 등지의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하고는 다시 잠든다. 김 목사는 ‘해결되지 않은 아픔’을 안은 채 거리에서 웅크리고 있는 그들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잠자는 그들의 의지에 불을 댕기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100명 남짓한 후원자들만으로 노숙인들을 초청할 ‘전용 편의점’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던 참에 노숙인들의 열악한 환경을 안타까워하던 한 후원자가 자신의 적금을 깨 목돈을 보내왔다. 그 돈 천만원을 종잣돈 삼아 19일 오전 서울역 철도화물사업소 건너편 상가 1층에 노숙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노숙인 편의시설인 ‘소중한 사람들의 시냇가’는 그렇게 문을 열었다. “샤워기가 2대 있어요. 이곳에 들어와 몸을 씻고, 저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마음의 때도 씻어내 보자는 뜻으로 시냇가라고 이름 붙였어요.”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다른 급식소와 달리 ‘24시간 편의점’처럼 하루 내내 문닫지 않을 작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금은 일손이 모자라지만 곧 가능할 거라고 했다.

‘소중한 사람들의 시냇가’ 문은 24시간 열려 있어요

김 목사는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직후인 지난해 1월부터 남대문로5가에서 이른 아침에 컵라면과 국밥 등을 노숙인들에게 대접해왔다. 하루에 500명 넘게 몰려드는 그들의 삶은 날마다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도돌이표’ 같았다고 한다. 결국 7월에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하나로교회 건물 90평을 얻어 노숙인 재활센터 ‘소중한 사람들’을 열었다. 잠자리와 먹거리만으로는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생각의 방향’을 바꾼 셈이다.

‘시냇가’를 차리며 20일 남짓 내부공사를 도맡은 강인기(44), 박성용(53)씨도 김 목사가 운영하는 재활센터 출신이다. 강씨는 문을 열고 들어온 노숙인 이한권(44)씨에게 칫솔과 수건 2장을 건네고 샤워장으로 익숙하게 안내했다. 강씨와 김씨의 얼굴에 좌절·자학·무기력 따위의 표정은 찾을 수 없었다. “시냇가로 그들과 함께 걸어가 직접 발을 씻어주는 마음이 있어야 노숙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김 목사는 힘주어 말했다.

몸 씻고 마음의 때도 벗겨 노숙의 질긴 끈 잘라냈으면

지난주 김 목사는 미국과 한국에서 노숙인들과 함께한 경험을 글로 엮은 책 <담요와 스프>(예영커뮤니케이션 펴냄)를 발간했다. 인세를 모아 ‘시냇가’ 운영에 쓰기 위해서다. 그러나 김 목사는 “끈질긴 ‘노숙의 뿌리’를 잘라내는 데는 돈보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며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봉사 문의 (02)978-3877.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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