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이주자 자녀 위한 무지개청소년센터 정병호 소장
무지개와 김밥의 공통점?
24일 문을 연 국가청소년위원회 산하 무지개청소년센터 정병호(51·한양대 교수) 소장은 “다른 것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모양과 뛰어난 맛을 빚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정 소장은 “무지개와 김밥의 미덕이야말로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지향점”이라고 덧붙였다. 센터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지속적으로 늘어날 탈북 청소년과 이주노동자 자녀 등이 이땅에서 한데 어울리는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정 소장은 이런 꿈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옛 효자동우체국에 둥지를 튼 이 센터를 기존단체들과 구분짓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전에도 탈북청소년이나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한 학교나 단체 등이 있었지만, ‘무지개’라는 비전으로 이들을 묶는 것 자체가 단순한 덧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가령 탈북청소년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문제는 남이나 북이나 체제대립의 산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탈북청소년을 이주청소년 개념으로 새롭게 정립한다면, 탈북자들은 물론 남북관계도 기존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나아가 “서독의 경우 통일 전 10여년간 해마다 2만명 이상 동독 주민이 서독으로 넘어왔지만, 이들을 체제 선전에 활용한 예가 없다”며 “무지개청소년센터는 바로 이러한 서독의 정책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소장의 이런 깨달음은 그가 하나원 안 탈북청소년을 위한 ‘하나둘학교’ 교장을 2000년부터 5년간 지내면서 얻은 것이다.
이에 따라 무지개청소년센터의 ‘맛있는 김밥’ 만드는 방법 또한 기존 학교와는 전적으로 다르다. 기존의 탈북청소년 및 이주노동자 자녀교육이 ‘그들을 우리에게 맞추는’ 것이었다면, 센터의 프로그램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을 지향한다. 정 소장은 이들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연수에 우선 힘을 쏟을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센터가 ‘순혈주의’와 ‘폐쇄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날 ‘작은 구멍’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올 무지갯빛 꿈이 벌써 눈부시다.
글·사진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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