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서 한국대표단과 인연
‘한국 인턴십’ 도움받아 서울에
‘한국 인턴십’ 도움받아 서울에
“한국 땅을 밟게 돼 너무 기쁩니다. 한국을 방문하게 해 준 오빠, 언니 감사합니다.”
태어난 지 여덟달 만에 캐나다에 입양됐던 마누엘(한국명 문설희·23·퀘백대 졸업예정)씨는 지난 17일 밤 인천공항에 도착해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한국 방문을 도운 사람들에 대한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마누엘이 언급한 언니·오빠는 물론 실제 가족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몬트리올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그와 ‘가족의 연’을 맺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몬트리올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행사진행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마누엘은 이재용 당시 환경부 장관 등 한국 대표단을 만나자 “나도 한국인”이라며 먼저 말을 건네왔고, 환경부 대표단은 자신의 뿌리를 그리워하는 그에게 ‘가족’이 돼 주기로 했다. 17일 공항에 마중 나온 박연재 환경부 정책홍보담당관실 과장과 이인경 영문 에디터는 그 때 마누엘의 오빠와 언니가 된 사람들이다.
그 뒤 마누엘은 대학 졸업을 위해 필요한 인턴십을 한국에서 하고 싶다는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한국에 관한 책을 구해 읽고, 인터넷을 뒤져 한국 문화를 익히는 등 나름대로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새 ‘가족’의 도움과 그의 그런 노력은 의외로 금방 결실을 맺었다. 그의 이야기가 한국에 알려진 뒤 한국동서발전주식회사에서 그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마누엘은 당진화력, 울산화력 등 전국에 6개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동서발전에서 6월부터 4개월 동안 해외 및 국내기업의 인적자원 개발현황 분석, 교육과정 개발과 환경업무를 배울 예정이다.
그는 “인턴십을 제공한 동서발전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산사 체험과 국립공원 여행, 사회복지회나 입양기관 방문 등을 꼭 하고 싶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더 많이 알리는 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사진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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