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면목동·88년 석관동 주민들 국가·지자체에 승소
안양천 둑 붕괴로 침수 피해를 본 서울 양평2동 주민들을 비롯해 이번 폭우로 수해를 입은 수재민들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건설업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움직임을 보여 재판 결과가 벌써부터 주목된다.
법원은 그동안 홍수 피해가 수방시설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데 따른 ‘인재’였다고 판단되면, 정부나 지자체의 손배 책임을 인정했다.
2001년 장마 때 면목천이 넘쳐 피해를 본 서울 면목동 주민 78명이 서울시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서울시 등은 주민들에게 2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배수로의 능력을 초과하는 강우량 때문에 침수가 발생했지만 빗물을 강제로 빼내는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주민들의 피해가 더 커졌다”는 게 이유였다.
1988년 수도권 집중호우로 우이천이 범람해 침수 피해를 본 서울 석관동 주민 189명이 서울시와 성북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도 “침수지역 안 빗물 배수관이 매우 낮게 설치돼 외부에서 물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데도 역류 방지를 위한 수문을 설치하지 않은 책임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수해를 입었더라도 ‘천재’일 경우에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1998년 중랑천 범람으로 수해를 입은 서울 공릉동 주민 110명이 서울시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10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불가항력적 재해이기 때문에 수해지역 둑이 100년 기준 계획의 홍수위보다 높았던 이상 서울시가 별도의 수해방지 옹벽을 설치할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1, 2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01년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본 서울 신림동 주민들이 서울시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법원은 같은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한편, 양평동 주민들은 무너진 안양천 제방이 지하철 9호선 공사 현장과 맞닿아 있고 2001년 지하철 공사를 위해 허물었다가 올해 4월 복구됐다는 점에서 복구 과정에 하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공사 과정에서의 하자가 확인되면 서울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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