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현장 차별 설움…막말·허드렛일 불만 많아
시, 일대일 상담 약속도 안지켜…23%만 “만족”
시, 일대일 상담 약속도 안지켜…23%만 “만족”
서울시의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돼 전시성 행정이 되고 있다는 실증적 평가가 나왔다.
18일 시민단체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지난달 26~30일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에 참여한 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2.7%(21명)가 ‘쉼터 근로자’, ‘노숙자’ 등 ‘차별적 호칭’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인부’나 심지어 ‘야’라고 막말을 듣는다는 사람도 12.9%(12명)였다. 이런 차별과 더불어 ‘서울시가 제시한 근무 조건과 현장 상황이 달라서’나 ‘전문적인 기술이 있는데도 동일한 임금을 받아 불합리해서’ 일터를 ‘박차고’ 나왔다는 사람이 58.3%에 이르렀다. 이 사업에 만족한다는 사람은 23.7%였다. 개인의 능력이나 기술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작업장에 배치됐다고 답한 사람이 59.1%였다. 때문에 단순노무직과 같은 ‘허드렛일’에 자신들이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많았다.
임금 문제도 깔끔하지 못했다. 한달에 20일을 모두 일할 경우 받는 ‘만근 수당’을 받지 못한 사람이 28.2%, 임금을 제때 못 받은 사례도 23.7%나 됐다. 지난 2월 사업 초기부터 일해온 김아무개(35)씨는 “그동안 도로 청소나 보도블록을 고치는 일만 해왔다”며 “함께 일을 시작한 10명 가운데 4명이 그만뒀지만 담당 공무원과 상담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애초 일대일 상담을 통해 노숙에서 ‘탈출’하도록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담당 공무원을 만나보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무려 72%나 됐다.
또 서울시는 약속한 임대주택 입주와 관련해 △입주자격 기준 △임대료 수준 △주택 공급 물량 등 구체적 안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헌준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대표는 “사업장마다 안전관리수칙이나 4대보험 적용 여부 등 통일된 지침이 전혀 없는 실정”이라며 “이 사업이 좀더 구체적인 계획에 맞춰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시용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열 서울시 노숙인대책반장은 “올해 초에 갑자기 사업이 꾸려지면서 관련 예산조차 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문제 제기가 된 내용을 검토해 이후 사업계획에 적절히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5일 지금까지 세차례에 걸쳐 1400명에게 서울시 산하기관이나 민간기업체 등에 일자리를 마련해줬으며, 다른 분야로 재취업한 사람이 211명, 중간에 포기한 사람은 132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진식 기자, 이상호(한국외대 법학 2) 인턴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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