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 논미분교 2학년 이민우군이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우리에겐 쉬고 놀 수 있는 권리가 있다’주제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인권위 체험프로그램 참여한 강원도 논미분교 사람들
“인권? 사람의 권리를 지키는 거 아닌가?”
최완구(65·강원도 화천군 하남면)씨는 더듬더듬 인권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산골마을에서 농부로 사는 그에게 인권은 ‘막연한 먼 나라 얘기거니’ 하는 정도였다.
시민단체 새사회연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최씨 같은 이들을 위해 함께 ‘발로 배우는 인권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14일 열린 행사엔 강원 화천군 화천초등학교 논미분교 전교생 16명과 학부모·교사 10여명이 인권위 배움터를 찾았다. 오필주 논미분교장이 평소 알고 지내던 인권위 관계자로부터 이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받은 뒤 버스를 빌려 3시간이 넘는 길을 달려온 것이다.
아이들은 ‘닭공주’ ‘딸기’ 등 스스로 재미있는 별명을 짓는 시간을 통해 친구들이 듣기 싫어하는 별명을 자꾸 부르는 것이 인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자연스레 익혔다.
또 인권을 주제로 그림그리기와 짧은 글짓기도 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를 다룬 인권영화 〈동물농장〉이 상영될 때는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인권위가 어떤 곳인지 소개받고 진정서를 쓰는 요령도 익혔다. 부모들도 인권에 대한 기초 강연을 듣고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대처 방법 등을 배웠다.
2시간 남짓 걸린 교육이 끝난 뒤 오필주 분교장은 “교사인 나 역시 사람인 까닭에 차별대우를 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며 “앞으로 특기·적성 교육 시간을 쪼개 인권 교육에 더 많이 노력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영은(10)양은 인권을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고민을 상담해주는 것”이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딸 수빈(10)이를 데리고 온 조수미(28·여)씨는 “중국에서 차별받는 동포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인상적이었고 앞으로 수빈이가 살아갈 세상은 남녀평등이 이뤄지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을 마치고 난 뒤 이들은 ‘인권 지킴이’ 증서를 받고 먼 귀가길에 올랐다. 앞으로 인권위 배움터에선 다음달 8일까지 매주 두차례씩 인권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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