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매맞는 모습 보이지 말라”
경찰 초강경 대응책에 맞장구…과잉 공권력 행사 우려
경찰 초강경 대응책에 맞장구…과잉 공권력 행사 우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어청수 신임 경찰청장에게 “경찰이 시위대에게 매 맞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며 불법 시위에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 이는 최근 해산 위주에서 진압·연행 위주로 시위 대응방식 변경을 추진해 온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일각에서는 강경 일변도의 경찰력 행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1일 “어청수 청장이 취임 당일과 취임 전에 이 당선인을 면담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 당선인이 ‘경찰이 시위대에 매를 맞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별한 뜻이 있다기보다는 엄정한 법 집행이라는 일반적인 원칙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선인은 평소에도 ‘불법 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을 언급하며 강력한 법 집행을 주문해 왔고, 어 청장 또한 취임식에서 “소위 ‘떼법’, ‘정서법’이 용인되는 사회풍토를 고쳐야 한다.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한 도전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불법·폭력 시위에 엄정 대응할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 △폴리스라인 운용 및 위반자 검거 △전자충격기 등 장비 사용 △불법 시위대 체포조 운용 등 강경한 시위진압 정책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지난해에는 경찰이 규정한 불법·폭력 시위가 없었고, 기물을 파손한 시위도 2006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농민 등의 시위가 마지막이었다”며 “불법·폭력 시위가 현저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왜 갑자기 이런 발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 청장이 이 당선인에게 정확한 현실을 알리기보다는, 당선인의 발언을 공개해 경찰력 강화의 지렛대로만 활용하려는 것 같아 무척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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