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브라스 고메스
고메스 유엔 사회권 규약 위원, 기초생존권 보호 책임 강조
“국민의 삶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는 ‘립서비스’로 사회권 보장을 얘기할 게 아니라 진정한 권리 보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위원회’(사회권 규약 위원회)의 버지니아 브라스 고메스(57) 위원은 13일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사회권 보장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초청으로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이 사회권 규약 위원회에 제출한 정부 보고서를 인권단체들과 함께 검토하고, 사회권의 의미와 실현방법을 강연하고 있다.
고메스 위원은 “사회권은 어느 단계에서 ‘실현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실현해 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특히 사회권 실현 과정에서 정부와 시민들에게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시민들이 사회권을 자신들의 법적 권리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인권 상황에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빈민들이 살고 있는 쪽방촌 등의 상황에 대해 얘기를 들었는데, 주거와 같은 시민의 기초적인 생존권 문제는 기본적으로 충족돼야만 하는 권리이므로 즉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반면, 그는 호주제 폐지와 여성부 설치 등 여성인권은 많이 나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고메스 위원은 앞으로 한국 사회가 “이주민, 장애, 여성, 아동 등 취약계층의 권리와 이익을 전면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이때 정말 중요한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공무원들이 사회권 실현에 대해 확신이 있어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사법부의 확신과 실천이 있어야 안정적인 사회권 보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메스 위원은 인권위가 해야할 구실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인권기구의 핵심인 독립성을 지켜낸 만큼, 인권위는 앞으로 사회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제안과 지침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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