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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침대에 묶인 노년 없다’ 나라가 수발

등록 2008-07-11 14:11

덴마크 코펜하겐 인근 프라이엠(요양시설)에 사는 에를링 크루세(왼쪽)가 지난달 25일 함께 지내는 노인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 도우미의 보조를 받으며 점심을 먹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인근 프라이엠(요양시설)에 사는 에를링 크루세(왼쪽)가 지난달 25일 함께 지내는 노인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 도우미의 보조를 받으며 점심을 먹고 있다.
[노인 요양의 미래를 찾아서] (중) 복지시스템 완비한 덴마크
시설요양에 방문간호·복지용구 ‘3박자’

연금 포함 노후보장에 GDP 11% 지출

누워만있지않게 재활·소풍·파티 다재

에를링 크루세(85)는 코펜하겐 인근의 ‘프라이엠’(요양시설)에서 산다. 다리가 불편해 전동 휠체어로 움직여야 하지만,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 법이 없다. 아침 7시30분이면 깨어나 종일 공원을 산책한다.

65살에 은퇴한 뒤 67살부터 다달이 8천덴마크크로네(크로네·160만원 상당)의 연금을 받아 지낸다. 시설 주거비와 식비 등으로 6500크로네(140만원)를 내고, 나머지는 용돈으로 쓴다. 7년 전 아내를 잃고는 재가 서비스로 식사만 배달받으며 홀로 살았지만, 3년 전 건강이 악화돼 시설로 들어왔다. 크루세는 “한 주 세 차례 헬스클럽에서 근육 운동도 하고 걷기 훈련을 하면서 상태가 나아졌다”고 말했다.

덴마크 노인 요양 시스템은 몸이 불편해도 지인 네트워크와 추억이 있는 자기 동네, 자기 집에서 지낼 수 있게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주는 ‘노말리세르’(Nomaliser) 원칙이 중심이다. 또 신체·정신 기능을 되살려 ‘누워 있는 노인’을 없애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65살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 540여만명의 15.6%인 85만여명인데, 자식과 함께 사는 일은 드물다. 18살이 되면 부모한테서 독립하는 풍토이기 때문이다.

전국 98개 지방자치단체(Kommune)는 무엇보다 방문간호·요양, 복지용구 지급 등 다양한 재가 서비스로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돕는다. 식사 배달만 유료이고, 정부는 재가 서비스 거의 대부분을 조세 재정으로 무료로 제공한다.

덴마크는 노인 복지에 국내총생산(GDP)의 11%인 연간 1760억크로네(35조2천억원)를 지출한다. 덴마크인들은 세계 최고인 49.1%의 국민부담률(조세 부담+사회보장 기여금)을 감수하는 대신 무료 재가 서비스, 노후 연금만으로 충분한 요양시설 등 최고 수준의 노인 요양 시스템을 누린다.


요양시설엔 6만~7만명 가량이 입소하는데, 이 가운데 85%가 치매 환자다. 몸만 불편한 노인들은 방문간호가 하루 대여섯 차례를 넘을 만큼 악화돼야 요양시설로 옮긴다. 노인들은 대개 월 7500크로네(150만원)의 연금을 받는데, 시설에 들어가면 6천크로네(120만원) 가량을 낸다. 정부는 용돈으로 쓸 800~900크로네(16만~18만원)가 남지 않으면 돈을 추가 지원하기도 한다.

요양시설은 침대에 누워 수명을 그저 소진하지 않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코펜하겐 인근 프라이엠 ‘홀메고르스프라켄’의 코니 엥엘룬 원장은 “145명의 입소자 가운데 연간 60명이 생을 마칠 만큼 죽음에 가까운 노인들이지만, 낮에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은 거의 없다”며 “한 주에 세 차례씩 파티나 이벤트를 열고 신체와 정신의 재활 훈련으로 삶의 즐거움을 누리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 프라이엠은 1인 1실인데 예전에 쓰던 가구나 물건들을 가져와 자기 집처럼 꾸며놓고 지낼 수 있다. 그래서 145개 방은 침대보부터 양탄자, 커튼, 의자 등이 한 가지도 같은 게 없다. 시설 기준법도 개정돼 한 사람당 방 12㎡, 욕실 6㎡ 이상의 공간을 배정했던 것이 2016년부터는 방 20㎡, 욕실 8㎡ 이상으로 대폭 넓어진다.

프라이엠에 사는 루트 옌센(88·여)은 “눈이 거의 안 보이지만 쓰던 가구와 물건들을 가져와 익숙한 내 집 그대로인 것처럼 살고 있다”며 “파티나 소풍이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글·사진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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