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 인근 프라이엠(요양시설)에 사는 에를링 크루세(왼쪽)가 지난달 25일 함께 지내는 노인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 도우미의 보조를 받으며 점심을 먹고 있다.
[노인 요양의 미래를 찾아서] (중) 복지시스템 완비한 덴마크
시설요양에 방문간호·복지용구 ‘3박자’
연금 포함 노후보장에 GDP 11% 지출
누워만있지않게 재활·소풍·파티 다재
에를링 크루세(85)는 코펜하겐 인근의 ‘프라이엠’(요양시설)에서 산다. 다리가 불편해 전동 휠체어로 움직여야 하지만,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 법이 없다. 아침 7시30분이면 깨어나 종일 공원을 산책한다.
65살에 은퇴한 뒤 67살부터 다달이 8천덴마크크로네(크로네·160만원 상당)의 연금을 받아 지낸다. 시설 주거비와 식비 등으로 6500크로네(140만원)를 내고, 나머지는 용돈으로 쓴다. 7년 전 아내를 잃고는 재가 서비스로 식사만 배달받으며 홀로 살았지만, 3년 전 건강이 악화돼 시설로 들어왔다. 크루세는 “한 주 세 차례 헬스클럽에서 근육 운동도 하고 걷기 훈련을 하면서 상태가 나아졌다”고 말했다.
덴마크 노인 요양 시스템은 몸이 불편해도 지인 네트워크와 추억이 있는 자기 동네, 자기 집에서 지낼 수 있게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주는 ‘노말리세르’(Nomaliser) 원칙이 중심이다. 또 신체·정신 기능을 되살려 ‘누워 있는 노인’을 없애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65살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 540여만명의 15.6%인 85만여명인데, 자식과 함께 사는 일은 드물다. 18살이 되면 부모한테서 독립하는 풍토이기 때문이다.
전국 98개 지방자치단체(Kommune)는 무엇보다 방문간호·요양, 복지용구 지급 등 다양한 재가 서비스로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돕는다. 식사 배달만 유료이고, 정부는 재가 서비스 거의 대부분을 조세 재정으로 무료로 제공한다.
덴마크는 노인 복지에 국내총생산(GDP)의 11%인 연간 1760억크로네(35조2천억원)를 지출한다. 덴마크인들은 세계 최고인 49.1%의 국민부담률(조세 부담+사회보장 기여금)을 감수하는 대신 무료 재가 서비스, 노후 연금만으로 충분한 요양시설 등 최고 수준의 노인 요양 시스템을 누린다.
요양시설엔 6만~7만명 가량이 입소하는데, 이 가운데 85%가 치매 환자다. 몸만 불편한 노인들은 방문간호가 하루 대여섯 차례를 넘을 만큼 악화돼야 요양시설로 옮긴다. 노인들은 대개 월 7500크로네(150만원)의 연금을 받는데, 시설에 들어가면 6천크로네(120만원) 가량을 낸다. 정부는 용돈으로 쓸 800~900크로네(16만~18만원)가 남지 않으면 돈을 추가 지원하기도 한다. 요양시설은 침대에 누워 수명을 그저 소진하지 않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코펜하겐 인근 프라이엠 ‘홀메고르스프라켄’의 코니 엥엘룬 원장은 “145명의 입소자 가운데 연간 60명이 생을 마칠 만큼 죽음에 가까운 노인들이지만, 낮에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은 거의 없다”며 “한 주에 세 차례씩 파티나 이벤트를 열고 신체와 정신의 재활 훈련으로 삶의 즐거움을 누리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 프라이엠은 1인 1실인데 예전에 쓰던 가구나 물건들을 가져와 자기 집처럼 꾸며놓고 지낼 수 있다. 그래서 145개 방은 침대보부터 양탄자, 커튼, 의자 등이 한 가지도 같은 게 없다. 시설 기준법도 개정돼 한 사람당 방 12㎡, 욕실 6㎡ 이상의 공간을 배정했던 것이 2016년부터는 방 20㎡, 욕실 8㎡ 이상으로 대폭 넓어진다. 프라이엠에 사는 루트 옌센(88·여)은 “눈이 거의 안 보이지만 쓰던 가구와 물건들을 가져와 익숙한 내 집 그대로인 것처럼 살고 있다”며 “파티나 소풍이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글·사진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요양시설엔 6만~7만명 가량이 입소하는데, 이 가운데 85%가 치매 환자다. 몸만 불편한 노인들은 방문간호가 하루 대여섯 차례를 넘을 만큼 악화돼야 요양시설로 옮긴다. 노인들은 대개 월 7500크로네(150만원)의 연금을 받는데, 시설에 들어가면 6천크로네(120만원) 가량을 낸다. 정부는 용돈으로 쓸 800~900크로네(16만~18만원)가 남지 않으면 돈을 추가 지원하기도 한다. 요양시설은 침대에 누워 수명을 그저 소진하지 않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코펜하겐 인근 프라이엠 ‘홀메고르스프라켄’의 코니 엥엘룬 원장은 “145명의 입소자 가운데 연간 60명이 생을 마칠 만큼 죽음에 가까운 노인들이지만, 낮에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은 거의 없다”며 “한 주에 세 차례씩 파티나 이벤트를 열고 신체와 정신의 재활 훈련으로 삶의 즐거움을 누리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 프라이엠은 1인 1실인데 예전에 쓰던 가구나 물건들을 가져와 자기 집처럼 꾸며놓고 지낼 수 있다. 그래서 145개 방은 침대보부터 양탄자, 커튼, 의자 등이 한 가지도 같은 게 없다. 시설 기준법도 개정돼 한 사람당 방 12㎡, 욕실 6㎡ 이상의 공간을 배정했던 것이 2016년부터는 방 20㎡, 욕실 8㎡ 이상으로 대폭 넓어진다. 프라이엠에 사는 루트 옌센(88·여)은 “눈이 거의 안 보이지만 쓰던 가구와 물건들을 가져와 익숙한 내 집 그대로인 것처럼 살고 있다”며 “파티나 소풍이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글·사진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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