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흡연’ 경우만 나타났던 기존 연구결과 깨
연기는 보이지도 않고 냄새만 느껴져 아파트 아래층 베란다에서 누군가 흡연하고 있다는 사실만 겨우 짐작할 수 있을 만큼의 간접적인 담배연기 노출도 어린이들에게 주의력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의 ‘환경 민감 계층 건강영향조사’를 수행 중인 권호장 단국대 교수는 22일 중간 발표에서 “전국 초등학교 저학년생 1207명을 상대로 조사해 보니, 간접흡연 노출 정도를 나타내는 생체지표인 소변 중 코티닌의 농도가 1.55㎍/g·cr(크레아티닌·소변 농도 보정치) 이상인 어린이들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발생 위험이 0.15㎍/g·cr 이하인 어린이들에 견줘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란 주의력이 산만해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소아정신질환으로, 흡연과의 연관성과 관련해서는 이제까지 태아 시기에만 흡연자인 어머니에 의한 간접노출에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간접흡연의 노출 기준인 소변 중 코티닌 농도가 5㎍/g·cr인 점을 감안하면, 권 교수가 측정한 어린이들의 소변 중 코티닌 농도 1.55㎍/g·cr는 담배연기에 냄새만 약간 느껴질 정도로 가볍게 노출될 때 나올 수 있는 수치다.
권 교수는 “간접흡연에 의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는 태아기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지만, 출생 뒤 부지불식간에 노출되는 담배연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며 “어린이들을 간접흡연으로부터 차단해야 하는 중요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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