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언론을 인용해 “4대강 사업 때문에 복지 예산이 줄었다고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왼쪽 사진) 민주당 ‘언론악법 원천무효·민생회복 투쟁위’ 민생본부장인 이용섭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4대강 예산을 대폭 삭감해 민생예산으로 활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기초생활보장·대학생장학금 등 ‘싹둑’
내년 민생예산비중 올보다 3.6% 감소
내년 민생예산비중 올보다 3.6% 감소
4대강 사업, 민생예산 잠식
‘4대 강 살리기 사업’이 민생예산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예산 규모 자체가 워낙 크고 갑자기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4대강 예산은 올해엔 1조1000억원에 그치지만, 정부 부처들이 기획재정부에 낸 내년 예산요구안을 보면 국토해양부(6조7000억원), 환경부(1조4000억원), 농림수산식품부(5000억원) 등 3개 부처의 직접연계사업을 합칠 경우 무려 8조6000억원이나 된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에서 0.36%를 차지하던 4대강 예산은 내년엔 2.88%를 차지하게 된다. 예산 총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는 한, 다른 예산을 깎아 4대강 사업에 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집계한 각 부처의 내년 예산요구안 총지출액은 298조5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284조5000억원)보다 14조원(4.9%) 많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투자, 국방, 공공질서·안전 관련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크게 늘지만, 민생예산은 줄어든다. 민주당 민생본부(본부장 이용섭 의원)가 12일 부처별 예산요구안을 분석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민생예산은 올해 본예산 169조2000억원에서 내년엔 166조8천억원으로 2조4000억원(1.4%) 줄어든다. 올해 추경예산과 견줘보면 내년 총지출액은 1.1%밖에 줄지 않지만, 민생예산은 8.6%나 줄어든다. 민주당은 중소기업·산업·에너지, 교육, 농식품, 환경, 보건·복지·노동, 도로·철도 건설과 지방하천정비 등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을 민생예산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정부는 민생예산 감소는 ‘착시 현상’이라고 해명한다. 내년에 크게 줄어드는 것은 중소기업 지원 예산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2조6000억원, 추경 대비로는 7조2000억원 감소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작년에 짠 수정예산에서 올해 경기후퇴를 감안해 중소기업 긴급경영지원 자금 등을 예년보다 3조원 늘렸고, 올해 추경예산에서 신용보증기관에 2조7000억원을 출연했다”며 “내년 예산에는 이 돈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예산이 크게 줄어드는 또다른 항목은 세수의 일정비율을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2조2502억원(6.9%) 감소한다. 이는 내년 세수 감소에 따른 것일 뿐, 삭감은 아니라는 게 재정부 설명이다.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은 비록 4대 공적연금 지출 증가액이 4조5천억원이나 차지하긴 하지만, 올해 본예산에 견줘 7조5000억원(10.1%) 늘어난다.
정부의 이런 해명을 감안해도 민생예산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59.5%(본예산)에서 내년에 55.9%로 급감하는 것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내년 예산요구안에서 기초생활보장 지출이 올해 추경예산보다 2589억원, 대학생장학금 지원은 3686억원 줄었다고 지적했다. 농민 비료가격지원(1508억원)은 없어진다. 이밖에 도로·철도 예산이 14조6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급감하고, 호남고속철도의 예산도 공단요구액은 4801억원이지만 해당부처는 2826억원을 깎아 1975억원으로 줄였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는 지방하천정비사업 예산도 2889억원 줄었다. 이밖에 노후 공공주택 개선 지원 예산 2700억원도 내년엔 사라진다. 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경기 전망에 따라 정부 예산안에서는 내용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남구 황춘화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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