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변동 신고 잘 안되고
관리전산망 올해야 통합
관리전산망 올해야 통합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근로능력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고쳤다. 그러면서 주요하게 꼽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부정수급자를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상당수 언론도 “부정수급이 급증했다”거나 “복지 재정이 줄줄 새고 있다”며 부정수급 문제를 비판했다.
부정수급 문제는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잠재적 범죄자’라는 사회적 편견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복지예산을 늘리고 제도를 확대하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빈곤층의 부정수급은 얼마나 심각할까?
복지부 자료를 보면,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정수급은 2006년 6060가구, 2007년 8654가구, 2008년 9288가구로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 통계는 상당히 부풀려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그동안 수급자들은 본인 또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이나 재산이 바뀌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를 해야 했는데,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 변동 내역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신고를 제때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본인 또는 부양의무자의 임금이 인상되거나 상여금을 받았거나 집값이 올랐으면 신고를 해야 하는데, 수급자들이 여러 이유로 신고를 잘 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부정수급에 해당하는 이런 사례가 꽤 많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올해부터는 임금이나 집값이 오른 것을 신고하지 않아도 부정수급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다.
행정기관의 전산시스템 미흡도 부정수급자 수를 늘리는 데 한몫 했다. 2008년 부정수급 가구 가운데 국외 출입국자가 1322명, 군입대자가 876명, 재소자가 1843명으로, 전체의 4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수급 대상이 아닌데 급여를 받아 부정수급자가 됐다. 경기도의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죄를 지어 감옥에 가는데 어느 누가 알리고 가겠느냐. 특히 혼자 사는 가구는 거의 신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법무부·국방부·출입국사무소 등과 전산이 연계되지 않아 수급자들의 신고에 의존해야 했다. 올해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개설되면서 전산이 연결된 만큼, 부정수급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정수급 징수결정 통계에서도 부정수급 가구들의 어려운 처지를 엿볼 수 있다. 2008년 부정수급 9288가구 가운데 돈을 내야 하는 ‘징수결정’을 받은 가구는 39%인 3632가구다. 나머지 61%는 환수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정수급 가구 가운데 사망·행방불명·정신질환자와, 소득·재산을 살펴봤을 때 돈이 없어 징수금액을 도저히 낼 수 없는 열악한 처지의 가구들은 징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인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부는 부정수급이 심각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 말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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