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사각지대에서 = 국가인권위원회가 고문이 있었던 장소로 지목하며 공개한 양천경찰서 강력팀 사무실 폐쇄회로화면. 카메라를 위로 올려놓아 천장이 많이 보이고 화면 아래쪽으로는 사각지대가 생겼다.(좌) 폐쇄회로 화면 사각지대에 놓인 방석으로, 피해자들은 여기에서 고문을당했다고 주장했다.(우)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인권위 직권조사서 드러나
양천경찰서 7명 직무정지
양천경찰서 7명 직무정지
서울의 한 경찰서 경찰관들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피의자 22명에게 고문과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해당 경찰서장과 경찰관 등의 직무를 정지하고 진상 조사에 들어갔고, 검찰은 이 경찰관들의 ‘독직폭행’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지난달 초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범행을 자백하라며 입에 재갈을 물리고 스카치테이프로 얼굴을 감은 뒤 폭행했다’는 진정을 접수한 뒤 해당 경찰서를 조사한 결과, 이곳에서 조사받은 피의자 22명이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양천서에서 조사받은 뒤 구치소에 수감된 32명을 직접 조사해 이런 진술을 받았으며, 진술을 뒷받침하는 관련 자료 등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 조사 결과를 보면, 양천서 형사과 강력팀장 등 경찰관 5명은 절도 관련 피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범 관계와 여죄 자백 등을 받아낼 목적으로 피의자를 경찰서로 연행하는 차량과 강력팀 사무실에서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피의자의 입에 두루마리 휴지나 수건 등으로 재갈을 물린 뒤 머리를 발로 밟고, 등 뒤로 수갑을 채운 채 팔을 꺾어 올리는 속칭 ‘날개꺾기’ 등의 고문을 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피의자들이 구치소에 입감될 당시의 보호관 근무일지와 의약품 대장 등을 통해 고문 피해 흔적 등을 확보했으며, 고문으로 팔꿈치뼈가 부러진 병원 진료 기록, 보철한 치아가 깨진 상태의 사진 등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유남영 인권위 상임위원은 “여러 정황과 자료를 종합하면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고문 사실이 인정된다”며 “양천서 경찰관 5명을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해당 경찰관 5명과 양천경찰서장, 양천경찰서 형사과장 등 7명을 대기발령 조처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의혹이 제기된 사실만으로도 전국 경찰이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근본 대책을 이른 시일 안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도 이날 “지난 4월3일 관련 첩보를 입수해 가혹행위 피해자들과 관련 경찰관, 동료 수감자 등 참고인 등을 상대로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해식 양천서 형사과장은 “피의자를 고문한 사실이 없으며, 인권위가 무슨 근거로 그런 발표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인권위 발표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반박했다.
손준현 선임기자, 전진식 기자 dust@hani.co.kr
손준현 선임기자, 전진식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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