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녹산공단의 삼성전기 임직원들이 부산진역 주차장에서 노숙인들에게 밥과 반찬을 담아주고 있다. 2006년 1월 시작된 무료급식은 이날 100번째를 맞았다.
부산 삼성전기 임직원들
5년째 “많이 드세요” 선행
5년째 “많이 드세요” 선행
17일 오전 11시께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진역 주차장. 큰 솥과 식기 등을 실은 대형 차량이 도착하자 40~60대 노숙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20여분이 지나자 300여명이 줄지어 늘어섰다. 11시40분께 배식이 시작됐다. 노숙인들이 차례로 식판을 내밀자 파란 웃옷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드세요”라고 말을 건네며 밥과 반찬을 듬뿍 담아주었다.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의 삼성전기 임직원들과 노숙인들의 아름다운 만남은 2006년 1월 시작됐다. 이 회사 사원 대표기구인 한울림협의회에서 월급의 일부를 모아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임원 등도 동참하겠다고 밝혀 자원봉사자가 40여명으로 늘어났다.
무료급식은 셋째 주 화·수요일마다 이뤄진다. 임직원 40여명은 다달이 모은 돈으로 쌀과 반찬거리를 사고 무료급식 당일 오전 9시부터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서 지원하는 취사도구를 실은 대형 차량에서 밥을 지어 배식을 하고 설거지를 한다.
무료급식이 처음부터 순항했던 것은 아니다. 생색을 내기 위해 몇 차례 무료급식을 한 뒤 그만두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일부 노숙인들과 시민들이 시비를 걸어 애를 먹었다. 하지만 무료급식이 꾸준히 이어지자 소문을 들은 노숙인들이 멀리서 찾아왔다. 한 노숙인은 “우연히 다른 노숙인한테 얘기를 듣고 몇 달 전부터 이곳을 찾고 있다”며 “한끼를 어디서 때워야 할지 걱정하는 노숙인들을 위해 5년째 무료급식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은 17일로 100번째를 맞았다. 그동안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한 노숙인들은 2만3000명이 넘는다. 급식뿐만 아니라 고신의료원과 부산북부노동지청 등의 기관과 연계해 건강검진과 취업 상담, 이·미용 등을 함께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기 조문균 그룹장은 “직원들이 무료급식을 하면서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중요성을 느끼고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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