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 ‘외국인 순한글 작명’ 한달새 60여명 인기
“이제부터 문주나라고 불러주세요.”
2004년 타이(태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문밴자마드(29·부산 해운대구 중1동)는 지난달 한국이름을 얻었다. 한국에 온 지 7년 만이다. 이름은 문주나. 타이 이름의 첫 글자 ‘문’에 ‘주고 나누다’와 ‘베푼다’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 ‘주나’를 붙인 것이다.
문씨는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 사회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 국적을 얻었다. 하지만 이방인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이름부터 걸림돌이 됐다. 모임 등에서 한국인 이웃들이 외우기 힘든 그의 타이 이름을 여러 번 물을 때마다 난감했다.
언젠가 한국이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던 그에게 지난달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해운대구 중1동 주민센터에서 수요일마다 열리는 외국인 한글교실의 한국 선생님이 해운대구가 선정한 한글이름을 소개한 것이다. 문씨는 여러 한글이름 가운데 주나를 선택했다. 그는 “타이 이름을 듣고는 이상하게 생각하던 한국인들이 한국이름을 말했더니 더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며 “이제 법원에 개명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가 지난달부터 벌이는 ‘외국인 순한글 이름 지어주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달 남짓 만에 외국인 60여명이 순한글 이름을 골랐다. 한국이름을 갖고 싶지만 어떤 이름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외국 이름을 쓰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돕고, 나날이 늘어나는 다문화가정과 외국인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자는 뜻에서 이 사업은 시작됐다.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은 현재 120만명을 넘고 다문화가정도 20만가구에 이른다. 해운대구에도 한국 국적 취득자 356명을 비롯해 외국인 2700여명이 산다.
해운대구 세계시민사회과 직원들은 국어사전과 인터넷을 뒤져 한글이름 200여개를 선정했다. 이왕 이름을 지을 바에야 순한글로 하기로 했다. 이름이 인격을 나타내는 것을 고려해 현직 국어교사와 대학교수 등 2명한테 감수를 거쳐 겨레·고운·나래·누리 등 150개로 압축했다.
해운대구는 순한글 이름을 고를 수 있게 외국인 한글교실 참석자들한테 안내하고 있다. 체류지 변경 신고를 하러 동사무소와 구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한테도 순한글 이름을 고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외국인한테도 순한글 이름을 골라보도록 권유할 계획이다. 한국이름을 애칭으로 갖게 되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운대구 세계시민사회과 이창헌 팀장은 “외국인들이 한글이름을 갖게 되면 한국인과 지낼 때 느끼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데 큰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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