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 출산 불이익 여전
국내 유명 대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33)씨는 올해 초 출산휴가에서 복귀한 뒤 인사고과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김씨는 “업무 마감을 하느라 만삭 때까지 다리가 퉁퉁 붓도록 일했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며 “출산하라 야단이더니 정작 아이를 낳으니 기업은 푸대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대기업에서 3년 반을 일했던 30대 한 여성은 지난해 출산 휴가중에 회사의 호출을 받아 나갔다가 퇴직 권유를 받고 거듭된 독촉에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일하는 여성들의 임신·출산에 대한 기업의 ‘터부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이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접수된 상담 440건을 분석한 결과 임신·출산 관련 노동상담은 116건(전체의 26.4%)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해고 건수가 30건(25.9%), 휴직 관련 상담이 41건(35.3%), 인사상 불이익은 14건(12%)이었다.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 이소희 활동가는 “출산 뒤 승진이 불가능해지거나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에서 4월 한달 동안 집중 상담을 받아보니, 정규직은 권고 사직이나 인사 불이익 사례가 많았고, 비정규직은 계약기간 내 1년까지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을 아예 못 쓴다는 호소가 다수였다. 서울여성노동자회 이부민 사무국장은 “최근 대기업에선 월급이 많은 장기근속 여직원을 해고하려는 형태가 보이고, 비정규직은 육아휴직 자체가 봉쇄돼 더 문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산전후휴가자는 2009년 7만560명에서 2010년 7만5742명으로, 육아휴직자는 2009년 3만5400명에서 2010년 4만1733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증가세는 둔화돼 산전후휴가자 증가율은 2008년 17.4%에서 2009년 2.9%로 뚝 떨어졌다가 2010년 7.3%로 소폭 올랐다. 육아휴직자 증가율은 2008년 37.6%에서 2009년 21.5%, 2010년 17.8%까지 계속 떨어졌다. 여성단체들은 이런 이유가 경제불황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와 맞물린다고 분석하고 있다.
2011년 정부는 월 50만원씩 정액으로 지급하던 육아휴직 급여를 휴직 전 통상임금의 40%(최고 100만원)까지 지원하는 등 육아휴직급여 지원방식을 바꾸고 각종 포럼을 비롯한 기업문화 개선 운동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기업을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일하는 여성들의 임신·출산을 지원하도록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현재로선 뚜렷이 없어 동료들의 이해와 기업 문화 제고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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