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쓴 소설가 조세희 선생이 1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인권연대 12주년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김원 인권연대 회원 제공
그는 말을 하는 내내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떨리는 손은 짧은 강연이 끝날 때까지 이마를 떠나지 못했다. 소설가 조세희(69)씨. 심장과 폐에 병을 안고 있는 그가 3년 만에 어려운 외출을 했다. 2008년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난쏘공) 출간 30돌 행사 이후 처음이다.
그가 힘겹게 찾은 곳은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1일 열린 인권연대 창립 12돌 기념식이다. 그는 현시대 한국 사회를 “엉망진창”이라고 표현했다. “요즘 눈물겨운 현장 이야기가 우리 가슴을 꽉꽉 눌러오고 있다”고도 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의 고통을 마음에 새긴 말이기도 하다. 그에게 ‘난쟁이의 삶’은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힘겹고 눈물겹다.
작가 조세희에게 현재는 ‘반동의 시대’다. “20세기 100년 동안 우리 민족은 너무 많이 헤어졌고, 너무 많이 울었고, 너무 많이 죽었다”며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우리 공동체 안의 다수는 행복과 먼 거리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빠져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폭력만큼이나 이명박 정부의 조급증은 무섭다”고 했고, “몇십년 걸려서 해도 안 될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뭐가 그렇게 급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우리 세대는 독재자들에게 잘 저항하지도 못했고, 항복도 받아내지 못했고,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하지만 그는 젊은이들에게 힘줘 당부했다.
“비관주의자도 냉소주의자도 돼선 안 된다. 비관주의는 나쁜 정치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분노해야 할 땐 분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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