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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1인당 0.78평도 안되는 감옥’ 법정에 선다

등록 2011-07-06 20:21

부산변호사회, 수형자와 함께 첫 위자료 청구 공익소송
‘칼잠’ 자고 화장실 열악…“재소자 인권 개선 절실”
2008년 2월 사기 혐의로 구속된 서아무개(40)씨는 부산구치소의 8.64㎡(2.61평) 감방에 갇혔다. 적을 땐 다섯명이, 많을 땐 여섯명이 함께 24시간 지내야 했다.

다섯명이 누우면 옆 사람과 닿지 않기 위해 옆으로 누워 자는 ‘칼잠’을 자는 수밖에 없었다. 잠결에 몸을 옆으로 돌리고 싶어도, 바짝 붙어 있어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여섯명이면 세명씩 반대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자야 했다. 서로 다리가 부딪치곤 했다. 키가 큰 이가 오면 다른 이들은 긴장했다. 다리가 길면 다른 이의 상반신까지 닿아 더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또 자다가 볼일을 보러 변기 쪽으로 가다가 다른 이의 발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다.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7개월 만에 구치소를 나온 서씨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죄를 지었다 해도 잠은 편하게 자게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씨는 6일 ‘위자료 3000만원을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현재 사기 혐의로 부산구치소에 수감중인 정아무개(57)씨도 이날 서씨와 함께 소송을 냈다. 2006년 11월부터 절도 등의 혐의로 전국 교도소를 오간 그는 ‘수감 기간이 훨씬 길어 서씨보다 피해 정도가 심하다’며 위자료 7100만원을 청구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회장 장준동)가 수임료를 받지 않는 공익소송으로 이들을 돕고 나섰다. 인권단체와 법조인들이 숱하게 교도소·구치소 수형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했지만, 법무부가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형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비좁은 감방 수감으로 피해를 봤다’며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냉난방·채광·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고, 대소변 시설도 열악한 비좁은 공간에 수용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준 데 대한 위자료를 받아냄으로써, 인권 보호가 소홀한 수형시설의 환경 개선을 끌어내겠다는 뜻에서다.

원고 쪽 대리인을 맡은 윤재철 변호사는 “죄를 지은 사람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해도 모든 기본권을 제한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답게 재소자들의 인권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국내 재소자들의 수감 실태를 살핀 결과, 전국 대부분의 교도소와 구치소들이 법무부 지침을 어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가 2008년 6월 마련한 ‘전국 교정시설 수용구분에 관한 지침’은 혼거실(2인 이상이 자는 방)의 1인당 기준 면적을 2.58㎡(0.78평) 이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곳이 드물다는 것이다. 유엔의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 기준 규칙’ 9조는 피구금자 1인당 ‘야간에 방 한 칸’을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한국은 되레 법규로 ‘혼거를 합법화하고 있다’고 부산변호사회는 지적했다.

부산구치소 관계자는 “한정된 시설에서 구속자가 많으면 혼거실 기준 면적에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유엔 기준처럼 1인 1실이 되면 좋겠지만, 국가예산이 따라주지 못해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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