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간 8곳 3조7천억 매입
분석결과 안낸 자문사 돈주고
내부기준 미달 사례도 승인
분석결과 안낸 자문사 돈주고
내부기준 미달 사례도 승인
국민연금공단이 외국에 빌딩 등 부동산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자문회사에 돈을 주고도 수익률 보고서를 받지 못하거나 내부 기준에 미달한 부동산에도 투자를 승인하는 등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내년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를 7.8%에서 9.2%로 늘려 잡고 해외투자 비중도 10.7%에서 12.2%로 확대하기로 결정해, 이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최영희 의원실과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실이 6일 공개한 국민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감사원의 결과 처분 요구서를 보면, 공단은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일본 도쿄, 미국 뉴저지 피닉스, 영국 런던(3건),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에 모두 8개 부동산(3조7305억원)을 매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매입한 파리 오파리노 쇼핑몰은 적정 투자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는데도 투자승인이 났다. 공단의 ‘해외부동산 투자지침’ 등 규정을 적용하면 이 쇼핑몰은 명목투자수익률이 6.7% 이상일 때, 즉 5년 이상 예상 실질수익률(명목투자수익률-부동산 소재 국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 이상으로 예측될 때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자문사는 수익률 전망을 공단 쪽에 제출하지도 않았고, 매입 가격도 낮게 책정했다. 공단 관계자는 “자문사가 자문 기간이 짧다며 수익률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자문사의 보고서는 쇼핑몰 가격이 3억2600만유로(약 4989억원)라고 가정했지만, 실제 매입가격은 3억3900만유로(약 5188억원)여서 실제 수익률은 훨씬 더 낮아진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기준이 되는 수익률 6.7%보다 낮은데도 투자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단 쪽은 “대출 50%를 포함해 계산한 수익률은 12%에 이른다”며 “운용사의 제안을 받아 수익률이 적정하다고 판단해 매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영국 런던의 빌딩 ‘40 그로스 베노’는 자문기간이 단 열흘에 불과해 자문 결과가 부실했고, 미국 뉴저지 피닉스의 빌딩에 대해서는 투자수익률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독일 소니센터 투자수익률도 구두로 보고됐다.
그밖에도 공단은 2009년 공개매각에 나온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을 매입하면서 매입·매각 수수료 14억4000만원이 더 나가도록 투자를 결정해 수수료가 낭비됐다고 지적받았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외국 부동산에 대한 전문성 없이 전문기업에 정보를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는 불가피한 한계”라며 “공공주택, 요양시설, 어린이집 등에 대한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현물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이 내년 추가로 투입할 대체투자는 8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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