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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흑인이다” 손님 내쫓고 “냄새난다” 모욕적 말도

등록 2011-07-26 20:28수정 2011-07-26 22:49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 실태’는
인종·민족·종교 차별로…인권위 진정 5년새 두배
# 나이지리아인인 ㅇ씨 등은 2007년 5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려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종업원이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해 ㅇ씨가 신분증을 보여주자 “아프리카인은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며 나가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ㅇ씨가 “우리가 흑인이기 때문이냐”고 따져 묻자 종업원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 성공회대 교환교수인 인도인 ㅎ씨는 2009년 7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던 중 박아무개씨한테서 “더럽다”, “냄새가 난다”는 등의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조사 과정에서 또다시 ‘봉변’을 당했다. 경찰관은 가해자 박씨에게는 “양복까지 입으신 분이 왜 힘들게 사는 사람한테 그랬어요?”라고 존대를 한 반면, ㅎ씨에게는 “어떻게 1982년생이 연구교수냐. 정확히 뭘 하는 사람이냐”고 여러 차례 반말투로 묻는 등 하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인종이나 출신 국가, 피부색, 인종 등 ‘다문화적 요소’를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낸 사례가 최근 5년 사이 두 배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26일 “관련 진정 접수 사례를 취합한 결과, 2005년 32건에서 지난해 64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2001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인종을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는 진정은 모두 50건으로 집계됐다. 2008년까지 한자릿수였던 진정 건수는 2009년 22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12건이 접수됐다. ‘출신 국가 때문에 차별을 당했다’는 진정은 같은 기간 213건에 이르렀다. 관련 진정은 2007년 37건으로 가장 많았고, 2008년 28건, 2009년 19건, 지난해 27건 등으로 해마다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권위 관계자는 “접수된 진정 사례뿐 아니라 상담 사례를 보면 ‘교도관이 검둥이가 싫다며 며칠 동안 밥을 주지 않았다’는 등 더 심각한 경우도 많다”며 “외국인들이 인권위에 진정을 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가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등 근거 없는 ‘편견’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 일각의 ‘반다문화주의’를 경계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 갈등 요소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이주인권센터 김기돈 사무국장은 “최근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테러사건의 원인이 된 반다문화주의가 한국에 퍼지고 있는 인종차별과 큰 차이가 없어 다소 우려된다”며 “우리 사회가 ‘다름’과 ‘차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포용력을 길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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