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자산 83억 부자도 참여
복지형보다 쉬워 인기…올해부터 자격 제한
복지형보다 쉬워 인기…올해부터 자격 제한
보건복지부의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수십억원대의 재산 보유자가 참여하는 등 취약계층 노인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가 부적절하게 배분된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29일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감사원의 ‘실업급여 등 근로복지 지원금 집행실태 감사’ 보고서를 보면, 복지부는 지난해 숙련된 직업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 소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을 하면서 별도의 자격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중산층 이상 노인들이 다수 참여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3만2087명을 분석한 결과, 참여자 가운데는 무려 83억1000만원의 재산을 가진 부자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재산이 9억원 이상인 사람이 517명(1.6%), 3억원 이상이 4192명(13.1%), 1억3500만원 이상이 1만363명(32.3%)으로 조사됐다.
공익형 노인일자리는 지난해 기준으로 모두 12만여개로, 노인일자리 사업 가운데 숲해설이나 학습지도를 하는 ‘교육형’이나 소외계층을 돌보는 ‘복지형’보다 훨씬 쉽고 단순한 업무가 많다. 현수막 떼기, 학교 급식 도우미 등 숙련된 기술이나 근로 경험이 없는 노인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인기가 높다. 사업 기간은 7개월 이하이며, 한 달에 20만원을 받는다.
한국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정부가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을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하는 바람에 정작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 노인들이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제공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복지부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올해 사업부터는 공익형 일자리 참여 자격을 만 65살 이상 기초노령연금 수급권자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들은 실질적 소득창출 효과나 지속성이 부족해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1년도 부처별 예산안 분석을 보면, 올해 정부는 공공 분야 노인일자리를 17만6000개로 잡고 있다. 실질적인 소득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간 분야의 일자리는 2만4000개에 불과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서비스연구실 강혜규 실장은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와 형편을 반영해 폭넓은 일자리가 확충돼야 하며, 일자리 정보제공 창구도 당사자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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