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씨, 보육원 아이에…“부자 아니어도 나눌 수 있어 행복”
“무섭지 않아요. 아픈 만큼 행복할 거예요.” 보통 사람들은 한번도 엄두를 내기 어려운 장기 기증을 두 차례나 자원한 전남 해남의 50대 시장 아주머니가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해남군 해남읍 매일시장 부근에서 보쌈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명숙(51·사진)씨는 선천성 간 질환을 지닌 채 보육원에서 지내는 정기남(7)군에게 간 부위의 일부를 떼어주는 수술을 오는 13일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받는다.
최씨는 2004년 1월에도 서울에 사는 생면부지의 주부(37)에게 오른쪽 콩팥을 기증했다. 2003년 장기 기증을 신청한 최씨는 자신의 주검을 의학 연구 목적으로 쓰도록 ‘사후 기증’을 서약한 상태이다. 그는 지체장애인을 돕는 빨래·배식을 자청하고, 일주일에 3~4차례 음악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홀로 1남4녀를 키우면서 좌절할 때마다 주위의 도움으로 일어섰어요.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습니다. 부자도 아닌 내가 뭔가 나눠줄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최씨를 ‘나눔의 세계’로 끌어들인 계기도 이웃의 온정이었다. 그는 “30년 전 광주의 한 여인숙 쪽방에 살며 아기 기저귀 살 돈이 없어 죽고 싶었을 때 계란을 팔던 이웃 할머니가 3만원을 선뜻 내주더라”며 “가장 힘들 때 손을 내밀어준 이웃의 얼굴을 늘 떠올리며 나도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간 기증 상대가 텔레비전에서 한창 돕기 운동을 벌이는 정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아들을 한 명 더 얻게 됐다”며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기남이가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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