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다툼·뒤캐기 등 악용 76명 징계 드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의 개인정보 무단 열람·유출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두 공단에서 받은 ‘징계위원회 개최 실적’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올 5월까지 건보공단에서는 57명(파면 6명, 해임 6명, 정직 18명, 감봉 17명, 나머지 견책), 연금공단에선 19명(해임 1명, 정직 9명, 감봉 5명, 견책 4명)이 가입자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안으로 징계를 받았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또는 다른 이의 부탁을 받고 남의 뒤를 캔 경우가 많았다. 연금공단 지사의 한 과장은 친형이 숨진 뒤 형수와 재산 문제로 다투다 연락이 끊기자 2009년 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연금업무시스템(NPIS)에 접속해 형수와 조카들의 주소, 전화번호, 유족연금 결정 내역 등이 담긴 개인정보를 20번에 걸쳐 무단 열람했다. 정보공개 청구로 시동생이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했다는 걸 알게 된 형수가 그나마 연금공단의 부조리신고센터에 “어떻게 공단을 믿겠느냐”며 불안을 호소해 덜미가 잡힌 것이다.
건보공단 감사에서도 개인정보 무단 열람 사실이 적발됐다. 지사 4급 ㅇ씨는 친구와 공동 매입한 토지 분할과 관련해 내용증명을 보내려고 친구와 친구 전처의 주소, 주민번호, 근무처 등을 전산시스템에 들어가 훔쳐봤다. 친구의 탄원에 따라 감사를 벌인 결과, ㅇ씨가 2010년 3월부터 10월까지 9종의 자격업무 화면을 총 48번 무단 열람하고, 12번에 걸쳐 출력해 무단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고 ㅇ씨는 결국 해임 처분을 받았다.
건보공단 감사 결과를 보면, 이밖에도 분실한 휴대전화를 찾으려고 택시 기사의 개인정보를 열람하거나 욕설한 민원인을 찾아내려고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등 사적인 개인정보 누출이 수시로 이뤄졌다. 직원들을 특정 마라톤 대회에 참가시키려는 유관기관의 부탁을 받고 28명의 개인정보를 41차례나 무단 열람한 사례도 있었다.
최 의원은 “미처 밝혀내지 못한 사례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대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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