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전직검사에 승소판결
가입시점 기준으로 위법 따져야
가입시점 기준으로 위법 따져야
검사로 임용된 뒤에도 정당에 가입해 있었다는 이유로 면직된 뒤 불구속 기소돼 징역형을 구형받은 전직 검사한테 무죄가 선고됐다.
부산지방법원 형사13부(재판장 박미리)는 23일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아무개(33) 전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사법연수생과 검사로 임용되기 이전에 정당 가입을 한 것이 분명하고, 당원의 신분을 유지한 가운데 사법연수생과 검사로 임용됐다고 하더라도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정당 2곳에 가입해 정당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는 “정당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가 3년이어서 기소를 할 수 없다”며 면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공무원이 정당 가입을 한 시점에 범죄행위가 끝난다는 변호인 쪽의 ‘즉시범 논리’와, 공무원이 정당 가입을 한 뒤 정당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범죄행위가 성립한다는 검찰의 ‘계속범 논리’ 가운데서 변호인 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즉시범 논리로는 2004년 3월 두개의 정당에 가입한 윤 전 검사는 정당 가입 당시 범죄행위가 끝난 것이다. 계속범 논리를 따르면 정당에서 탈퇴한 날이 기준이 되므로 윤 전 검사가 올해 6월14~15일 정당을 탈퇴하기 전까지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한 것이 된다.
윤 전 검사는 2004년 3월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경기도 포천시보건소에서 컴퓨터로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누리집에 접속해 당원으로 가입한 뒤 시엠에스(CMS) 방식을 통해 2004년 3월~2006년 2월 각 1만원씩 24차례 24만원을 민노당에, 2004년 4~7월 각 1만원씩 4만원을 열린우리당에 납부했다. 그 이후로는 당비를 내지 않고 당적만 유지한 채 올해 2월부터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근무하다가 6월 탈퇴했으나, 지난 8월 불구속 기소돼 징역 4월을 구형받고 지난달 19일 면직됐다.
이날 판결 뒤 윤 전 검사는 “정당에 가입해 활동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위한 정당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자 한 행동이며, 지금도 당시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다음달 초 서울행정법원에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면직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검찰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지검 쪽은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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