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호(51)씨
유영호씨, 참여연대 ‘의인상’…건설사 설계변경 위험 공익제보
건축공학 박사이자 건설현장 감리원인 유영호(51·사진)씨는 살면서 최근 2년7개월만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적이 없다. 기술자의 양심을 걸고 잘못된 설계변경을 지적한 탓이었다.
참여연대는 건설사업 승인권자와 시행사간 유착 문제를 고발한 공로로 유씨를 ‘제2회 의인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의인상은 국가·기업 등 조직의 부패를 공개한 공익제보자나 공권력 남용 피해자 지원에 앞장서는 시민에게 수여된다.
유씨는 2009년 4월 전북 군산에서 건설중인 초고층아파트 ㅎ메트로타워 총괄감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시행사는 ‘기초 말뚝을 다 바꾸겠다’며 설계변경을 요청했다. 유씨는 안전성 검토를 위한 재하시험(말뚝이 건축물 하중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보는 것) 실시를 주장했다. 시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같은 해 7월 시행사는 군산시에 총괄감리원의 자질이 부족하다며 유씨의 해고를 요청했고, 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가 자리를 떠난 뒤 시행사의 설계변경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안전과 연관된 문제를 그냥 넘길 수 없었던 유씨는 생업을 접고 ‘1인 시위’에 나선 데 이어 국가권익위원회(권익위)에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2010년 7월 권익위는 “군산시는 시행사가 신청한 공사변경 내용이 경미하지 않는 경우 사업계획변경승인으로 처리하도록 지시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담당공무원 5명을 문책하도록 조처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유씨는 “기술적 진실은 타협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실공사를 방지하고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건설현장 감리원의 임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체들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감리원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겨 감리회사에 내쫓도록 압력을 넣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감리원들 신분 보장을 해줘야 건물을 제대로 지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원광대 외래교수(건축공학과)·서해대 겸임교수(건축과) 등을 지내기도 한 유씨는 새해부터 다시 대학 강단에 설 계획이다. 그가 제자들에게 일러주고 싶은 건 기술이 아니라, 기술자의 책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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