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 “예산책정 잘못 떠넘겨 재원 부족”
정책 자체는 찬성…전액 국비사업 전환 요구
정책 자체는 찬성…전액 국비사업 전환 요구
지난 1일부터 부모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에 확대된 0~2살, 5살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해 전국 16개 시·도지사들이 전액 국비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무상보육 확대에 적극 환영한다”고 전제한 뒤, 일부 언론이 보도한 ‘무상보육 보이콧(거부)’ 방침을 결정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박준영 전남지사)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국회와 중앙정부가 일체의 사전협의 없이 재정부담을 지방정부에 떠넘겼다”며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지방재정부담 완화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보편적 복지사업인 무상보육을 전액 국비로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기존에 소득 하위 70%에 지원하던 보육료를 3월부터 보육시설에 영유아를 맡기는 모든 계층에게 지원하게 돼 지방정부는 당장 올해 지방분담금 3279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고, 어린이집에 맡기는 부모가 더욱 늘어날 것까지 고려하면 7200억여원이 필요할 것으로 시도지사협의회는 분석했다. 영유아 보육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공동 부담하는 이른바 ‘매칭(matching) 사업’이라, 지방정부가 40~50%의 재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중앙정부가 지방재정 부담 경감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6~7월에는 재원이 고갈돼 무상보육 사업이 파행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보육대란’ 사태의 뿌리는 지난 2007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0~5살 무상보육은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2012년까지 0~5살의 보육비를 전액 지원하겠다”며 내놓은 대선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대선이 끝난 뒤 잊혀지는 듯했던 무상보육 정책은 지난해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여당이 무상급식에 대한 맞불로 무상보육을 불쑥 내세우면서 ‘정치무대’에 본격 등장했다. 그 뒤 이명박 대통령이 연말과 연초에 무상보육을 강조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며 정책은 급물살을 탔다.
0~2살 무상보육 확대 예산안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제안에 민주당이 동의하면서 일사천리로 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원래 올해는 5살에게만 무상보육을 실시하기로 하고, 예산도 그에 맞게 2조7241억원만 신청해둔 상태였다. 정치권이 끼어들면서 주무부처의 계획이 꼬이게 된 셈이다.
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국회가 지난 연말 보육예산을 추가 편성해 0~2살 무상보육 확대를 결정할 당시엔 기존 지원 아동 비율인 50% 정도만 보육료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신청을 받아보니 0~2살 해당 아동의 70~80%가 보육료를 신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회 예산 편성 과정에서, 늘어난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방비의 부담이 훨씬 증가했다”고 밝혔다. 재정에 대한 과소추계가 결정적인 오류였다는 것이다. 결국 현 정부 임기 안에 서둘러 무상보육 공약을 실현해 30~40대 학부모들의 표심을 되돌리려고 한 조급증이 부작용을 낳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유진 엄지원 기자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