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21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한 장애인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부는 4일 차상위계층에 대한 복지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정부 ‘기초생활보장제도’ 전면 개편 추진
일할 능력 있으면 ‘기초수급’ 대상서 제외
“기초수급자용 지원 차상위계층에 확대”
일할 능력 있으면 ‘기초수급’ 대상서 제외
“기초수급자용 지원 차상위계층에 확대”
정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원 방식을 ‘통합 급여’에서 ‘개별 급여’로 바꾸는 등 이 제도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2000년 도입된 뒤 12년 만의 대수술이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만 주어지던 복지 혜택을 차상위계층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하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으로 개편이 이뤄질 경우 되레 빈곤층 복지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4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2012년 제2차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빈곤정책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는 기초보장제의 허점 탓에 빈곤층이 늘어난다고 보고, 단기적으로 차상위계층(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인 계층)에 대한 복지 지원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복지혜택이 기초수급자에게 집중돼 일부 기초수급자의 소득이 차상위계층보다 높아지는 ‘소득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초수급자에게 주는 영구임대주택, 전세 지원 등의 우선권을 차상위계층한테도 주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차상위계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근로장려세제(근로소득 액수에 따라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와 자활사업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2010년 빈곤정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기초수급자는 155만명(전체 국민의 3.19%)이다. 차상위계층 규모는 185만명으로 2006년 조사 때의 170만명에 견줘 15만명 늘었다.
중장기 대책은 사실상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재구성’이라 할 만하다. 현재는 기초수급자가 되면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7개 급여를 통합적으로 지원받게 되는데, 정부가 검토중인 개편안은 이를 따로 떼어 수급자의 필요에 맞게 분야별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통합 급여’에서 ‘개별 급여’로 체계가 바뀌는 것이다.
근로능력이 있는 일부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수급자들의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해, 일할 능력이 있는 빈곤층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분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수급자는 약 29만명(수급자의 20.7%)이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은 “근로능력자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에서 제외한 뒤 실업부조로 돌리자는 의견을 포함해 예산구조 개편 등 전반적인 검토가 올해 안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과 일부 학자들은 기초보장제도의 ‘최저생활 보장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초보장제도는 근로능력 유무와 관계없이 빈곤층의 최저 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제도이지만, 정부 방안대로 개편되면 근로능력에 대한 판정을 거쳐 엄격하게 수급자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기초보장제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온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나 총 복지예산의 확대 등이 이번 검토 안건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은 “복지예산 총액은 늘리지 않고 지원 범위만 확대할 경우, 기존 수급자가 탈락하거나 급여액이 줄어드는 등 복지의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복지급여를 더 많은 가난한 이들이 나눠 가지라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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