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상’ 대신 받은 인재근 의원
“우리는 고 김근태 선생의 삶과 죽음을 통해 우리 사회가 고문의 본질적 실체를 더 똑똑히 목격하게 되기를 바란다. 김근태 선생은 죽음을 넘나들던 그 시간 속에서 고문했던 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투쟁을 벌였다. 그들의 정체와 고문이 가해진 구체적 실상을 세상에 알렸다. 그를 통해 한국 독재정권의 실상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이는 민주정부를 세우는 데 큰 디딤돌이 되었다.”
지난해 말 타계한 김근태 전 의원이 26일 한국의 고문 생존자들이 만든 ‘진실의 힘’에서 주는 제 2회 인권상을 수상했다. 이날 오후 7시 서울 혜화동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고인의 부인 인재근(59·사진)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신 상을 받았다. 인 의원은 수상 상금을 고문치유센터 설립기금으로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상 연설에서 “그가 떠나기 전에 남편 김근태와 함께 은폐된 고문의 진실을 밝히고 현재와 미래의 고문을 막아내며 고문의 국가적 사회적 치유에 좀 더 일찍 헌신했어야 했다”고 회한을 털어 놓었다. “무엇보다 파킨슨병을 여러 이유 때문에 쉬쉬했던 점이 특히 후회가 됩니다. 병을 감추게 되자 병의 원흉인 고문 후유증도 감춰지게 되고, 결국 고문을 국가나 사회가 아닌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치부하고 말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김근태의 이름을 걸고 진실의 힘과 함께 고문이 없는 나라, 고문의 상처가 없는 나라를 만드는 길에 매진하겠다”며 우선 19대 국회에서 ‘고문방지 및 고문피해자 보상 및 치유법안’(가칭)을 발의할 것을 다짐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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