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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단돈 7000원 때문에…’ 시청 화단서 자살한 할머니

등록 2012-08-09 09:38수정 2012-08-09 15:36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등급에 따른 장애인 차별행위 방지와 장애인 부양의무를 개인 가족에게 덧씌우는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며 100만인 서명운동 및 10만인 엽서쓰기 운동을 선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등급에 따른 장애인 차별행위 방지와 장애인 부양의무를 개인 가족에게 덧씌우는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며 100만인 서명운동 및 10만인 엽서쓰기 운동을 선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따로 사는 자녀 소득 늘어나
‘부양의무자 기준’ 약간 초과
기초수급 대상에 탈락하자
거제시청 화단서 농약 마셔
지난 7일 오전 경남 거제시 고현동 거제시청 입구 화단에서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아무개(78)씨가 불과 7000원 때문에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의 유서에는 ‘사람이 법을 만드는데 이럴 수 있소’라는 등 보건복지부의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원망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달 31일 거제시청에서 ‘8월1일부터 기초수급 자격을 잃게 된다’는 통보를 받고 고민하다 시청을 찾아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복지부와 거제시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씨가 기초수급에서 탈락한 이유는 복지부가 6월 실시한 기초수급자 확인조사에서 사위의 소득 증가액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1촌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기준에 따른 ‘부양비’가 기준을 초과한 것이다. 대기업 협력업체에 다니는 딸과 사위의 최근 소득은 월 800만원 정도였다. 부양비는 부양의무자가 피부양자에게 주는 것으로 간주하는 금액을 말한다.

부양비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에서 부양의무자 가구의 최저생계비 130%에 해당하는 금액을 뺀 뒤 일정 비율(딸 15%, 아들은 30%)을 곱해 산정한다. 이씨의 경우 딸 부부가 주는 것으로 최종 ‘간주’된 부양비는 56만원이었다. 기초수급자가 되려면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어야 한다. 숨진 이씨에게 적용되는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55만3354원이었다. 7000원도 안 되는 차이 탓에 기초수급 자격을 잃게 된 것이다.

이씨는 7월과 8월 초 두 차례 시청을 찾아 사정을 봐달라고 부탁했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는 소명서를 따로 제출하지 않아 자격이 박탈됐다. 이씨는 10년 동안 기초수급자였고, 빚이 있었던 딸 내외와 떨어져 홀로 살아왔다. 기초수급 자격이 박탈된 뒤 사위가 모시려고 했지만 신세를 질 수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전 이씨가 나라에서 받아온 돈은 월 생계급여 24만원과 주거급여 5만8000원, 기초노령연금 9만4600원을 합쳐 39만원 정도였다. 자격이 박탈되면 주거급여, 생계급여, 의료급여가 모두 끊긴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국가의 책임을 가족에 떠넘기는 불합리한 제도로 지적돼왔다. 실제 부모를 부양하지 않아도 부양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돈을 주고받지 않는 부모·자식 관계라고 해도 이를 증명해야 하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복지부의 기초수급자 확인조사 뒤 수급 자격을 잃은 2명의 노인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복지부의 수급자 확인조사는 1년에 2차례 이뤄진다.

8일 출범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박경석 대표는 “이제 복지의 책임은 가족이 아닌 국가가 져야 한다는 데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가난한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시대착오적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창원/최상원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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