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죽음’ 대책 뭔가
바로옆 구청도 보건센터도 복지관도 ‘위험’ 몰라
바로옆 구청도 보건센터도 복지관도 ‘위험’ 몰라
“(대책이 없으면) 굿이라도 해달라는 겁니다!” **영구임대아파트 건설 당시 날품도 팔았던 입주민 김아무개(64)씨의 말이다.
보호가족이 부실한 장애 김종석씨, 알코올중독성 손한수씨, ‘죽겠다’는 말을 자주 뱉은 차배숙씨 등은 자살 위험군이었다. 하지만 공공·민간 복지망에서 한몸처럼 배척되어 있었다. 도심 속 ‘외딴섬’이라 불리는 영구임대아파트 안 ‘외딴 삶’이었다.
이 아파트에선 2008년 이후 17명(경찰 집계)이 자살했다. 올해 8월까지 자살규모(6명)가 예년 한해치보다 이미 2~3배 증가한 결과다. 한국자살예방시민연대 박정혜 전문연구원은 “경제위기 이후 민간 지원은 줄고, 경비직도 노년 대신 젊은이들로 바뀔 만큼 생계압박에 점점 더 취약하게 내몰리는 계층 안에서 자살이 더 쉽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며 “눈밖의 소외층이라 자살현황 파악도 거의 안되어 있다”고 말했다.
7월말 현재 이 아파트 1786세대 가운데 878세대(49.1%)이 기초생활·장애수급자다. 그런데도 관리비(10~20만원), 임대료(3~10만원) 체납이 발생해왔다. 1달 이상 관리비를 못낸 세대는 2009년 379, ’11년 320에서 올해 7월말 이미 297세대에 도달했다. 임대료 체납도 올 7월 313세대로 지난해(301세대)를 넘어섰다. 석달 이상 체납자는 강제퇴거 절차에 들어간다. 이 수치도 이미 지난해치에 닿거나 넘어선다. 지난 7월 부산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선 김아무개(37·무직)씨가 임대료가 연체된 이유 등으로 퇴거 통보를 받자 자살했다.
**아파트 자살자 6명 가운데 2명은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못받는 ‘빈털터리’였다. 자신이나 세대주가 무직인 경우가 5명이었다. 단지 주변엔 구 정신보건센터, 종합사회복지관(단지내), 주민센터·보건소, 구청(길 건너)이 있다. 하지만 자살자 6명 누구도 이들 기관의 사례·상담관리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올 상반기 해당 아파트에 집중개입해 가정방문을 통한 상담, 등록 등 사례관리 사업을 펼쳤다”고 말했다. 3~7월 세차례 우울증·알코올중독·자살 관련 강의를 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제공(68명 참석)했다지만, 그 현장에도 이들은 없었다. 관리 규모가 작고, 형식적이란 비판이 가능하다. 이들 기관 모두 <한겨레> 취재 후 자살현황을 파악했다. 사후 관리 또한 부실하단 얘기다.
혼자 사는 안아무개(64)씨는 “우린 그렇다쳐도 아이들이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뭘 배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강아무개(61)씨는 “학교 선생님도 ‘임대애’들은 건드리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밖에선 무시하고 안에선 싸운다.
?아파트 복도엔 화분이 드물었다. 한 주민은 “좁다며, 방해된다며 부수고 오줌을 누기도 한다”며 “자기보다 조금만 약해보이면 더 뭉개려 한다”고 말했다.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형편상 임대아파트에 계속 살고싶어 하면서도 이웃을 준거로 삼지 않고 바깥의 낙인찍기에 동참한다”며 “북유럽처럼 비율을 높여 공공주택을 보편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선 순천향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특히 빈곤층 거주지는 우울증, 잘못된 정보의 급속한 확산 등과 같은 부작용이 커 조력자가 많은 지역사회에 분산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혼합’(계층간 거주혼합)이 없이는 ‘부조 공동체’ 형성이 어렵다는 말이다.
이 아파트 관할 자치구는 자살사태 뒤 ‘자살예방 대책반’을 구성, 긴급 대책에 나섰다. 다음달 까지 이 아파트 전체 가구의 생활실태를 전수조사해 복지 누락을 보완하고, 이웃사촌맺기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10월까지 자살위험군을 발굴, 전문기관과 연계해 도와줄 ‘생명지킴이’를 구성하기로 했다. 해당 아파트의 자살위험 장소에 안전장치도 설치한다.
이는 서울서 강서구 다음으로 영구임대아파트 비중이 높은 노원구(김성환 구청장)가 2년여 추진해온 사업과 닮았다. 전체 19만4360세대의 11.4%(2만2224세대)가 영구·공공·재개발 임대아파트 거주자로 2009년 29.3명(10만명당)이던 관내 자살률은 ’11년 21.2명으로 줄었다. 경찰서·병원 등 민관 협력체제를 구축해, 자살 시도자와 유가족을 사후관리하고, 정신보건센터가 빈곤층·구직자 등 15만3천명(구민의 25%)의 마음건강평가를 실시해 분류한 자살위험군을 사례관리해온 결과다. 자살상담은 2010년 58건에서 2011년 2287건으로 늘었다. 임대아파트 자살률도 2009~11년 69명(구 전체자살 433명의 15.9%)에서 올 상반기 6명(61명의 9.8%)으로 줄었다. 자살예방은 자치구 혼자 일정 효과 이상을 달성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한해 응급실로 오는 자살시도자 5200명의 사후관리만 잘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소외층의 자살 예방사업 역시 조금만 투자해도 효과가 크다”며 “고성~부산 자전거길을 만든다던데 그게 그리 급한가”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2011년 자살 현황을 다음달 공개한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 자살률은 2010년보다 또 늘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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