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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기초수급자수 8년새 최저…가정폭력에 집나왔는데 지원 삭감

등록 2012-09-19 08:02수정 2012-09-23 13:25

연일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연일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공적정보 연결해 부양의무자 찾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 도입 뒤 하락
최근 2년새 수급자 14만명 줄어들어
스스로 관계단절 입증방식도 문제
권호민(가명·38·여·서울 용산구)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뒤 가족과 인연을 끊었다. 질병 탓에 장애를 갖게 된데다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지만 작년과 올해 잇따라 수급비를 깎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버지가 일용직으로 일했다는 이유로 ‘간주부양비’(부양비를 받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권씨는 1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관계가 끊긴 게 언제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적극적으로 소명한 끝에 수급비는 일시적으로 회복됐지만, 수급 삭감 결정이 나면 그동안 받은 돈을 국가에 돌려줘야 할지도 몰라 마음이 불안하다.

수급자 중에는 권씨처럼 가정폭력을 당했거나 친족 성폭력 피해를 본 뒤 연락도 없이 따로 살지만, 가해자의 소득 때문에 수급비 삭감 통보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해자가 수급자인 경우, 친족 피해자가 부양 압박을 받기도 한다. 좀더 가난한 사람을 가려내 지원하는 선별복지 정책 탓이다. 이 때문에 기초수급자도 계속 줄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01년 142만명이었던 수급자 수는 2009년 15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155만명으로 준 데 이어 2011년 147만명, 올해 9월 초 현재 141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 2003년 이후 8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복지부가 지난 6~7월 실시한 상반기 확인조사 결과 상당수의 수급자가 탈락했다. 현재 수급자 수는 올해 예산상으로 잡힌 수급자 규모 155만명에 견줘 14만명이나 적은 수치다. 이번 확인조사를 통해 급여가 감소한 이들은 11만~12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수급자’를 가려내기 위해 실시하는 확인조사는 매년 두번 이뤄지는데, 2011년 한해에만 조사를 통해 8만5000명가량이 탈락하고, 19만3000여명의 급여가 깎였다.

2010년부터 수급자 수가 감소한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사회복지통합관리망(사통망)을 도입해 대법원 가족관계기록부, 국세청 일용소득자료, 국민연금공단 연금소득자료 등 수백종의 공적 정보를 연계해놨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 시스템으로 부양의무자(1촌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를 찾아내고, 그들이 번 일용소득까지 낱낱이 잡아냈다.

물론 자신의 처지를 속여 국가의 돈을 타내는 부정수급자는 걸러내야 하지만, 사통망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수급 탈락이나 삭감을 통보하고, 부양의무자와의 관계 단절을 본인이 입증하게 하는 방식은 인권침해적 요소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일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한 사람이라면, 그 사실을 드러내야 수급 유지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사통망이 도입되면서 부양의무자가 발견되면 무작정 수급 탈락을 통보하고, 수급을 유지하려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개인사를 자료로 남겨야 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해, 확인조사 때마다 빈곤층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부양의무제 탓에 수급을 못 받는 빈곤층이 103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70%가 한푼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부양의무제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민법이 국민들에게 가족 부양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없애면 도덕적 해이가 심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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